▲ 전동석(한·광명·기획위 간사)경기도의회의원

 우리나라 주택정책에 복지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영세민 영구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된 주거복지정책의 결과는 임대아파트가 저소득층 주택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만들었다. 사회적 혼합을 통해 건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자는 당초의 정책 의도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불화를 야기한 것이다.
수요자의 요구보다는 정책 집행에만 치중한 것이 정책의도를 비껴간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국민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
수많은 입안과정을 거치면서 왜곡된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를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주거복지정책 집행의 자율성을 지방정부에 과감하게 이전함으로써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자치 선진국들의 주거복지정책은 지방분권방식을 오래 전부터 도입해 왔다.
일본은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분담하고 저소득층의 경제여건에 따라 건설비용의 67%까지 보조한다. 프랑스 정부도 지방에 주택연대기금(FSL)의 50%를 지원한다. 도 시설국(DDE)이라는 기구를 통해 지방이 주거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토록 하고 있다. 이는 정책 집행 자율권은 지자체가 갖고 재정과 방향은 중앙이 설정하는 역할 분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은행이 국민주택기금의 분배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2000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은행으로 통합되면서 국민주택기금 관리에 경쟁 논리가 도입되었다. 기금 관리의 이익은 확보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비용과 절차적으로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이 주거복지정책을 집행할 때는 더욱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주거복지정책 프로그램이 29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다가구 전세임대 사업’은 연간 약 2천100억 원이 필요하다.
재원 조달은 국민주택기금 지원 없이 특별회계, 도시공사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선진국과 같은 중앙 단위의 기금지원이 시스템적으로 가능했었다면 지방의 재원부담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고 주거복지는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주거복지는 시대적 요구다. 이에 대한 대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은 지방의 정책집행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구축해나가는 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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