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흥복 경기남부권 취재국장

 화성시는 바야흐로 서해안 중심축을 이루며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시보다 발전의 속도가 앞서고 있다. 그런데 수원의 성곽인 화성(華城)이 타 시·군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성곽 화성과 자치단체 화성에 대해 혼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시된 국제보트쇼 및 세계요트대회가 화성시 전곡항에서 개최되면서부터는 더욱 유명세를 타고 수원시의 성곽인 화성 또한 관광객들이 대거 찾으면서 화성에 대한 오인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수원시가 화성(華城)에 연계된 ‘화성문화재단’을 설립한 데 뒤이어 화성시에도 똑같은 이름으로 ‘화성문화재단’이 설립돼 이를 접한 시민들에게 이해를 돕기란 참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름’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 중에서도 동양 민족들은 더더욱 이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은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를 찾기도 하고, 철학관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넓게는 성(姓)과 이름을 모두 합쳐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름은 한국 중세어에서 ‘일홈’ 또는 ‘일훔’ 등으로 표기되고 있지만, ‘이르다(謂)’나 ‘말하다’는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출발해 ‘닐홈-일홈-이름’으로 된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이르는 것이 곧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는 ‘선물’이다. 이름으로 인해 살아가는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더욱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화성시가 문화·예술의 메카로 성장하겠다며 설립한 ‘(재)화성문화재단’이 최근 명칭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온 것이다. 이미 지난 2007년 1월께 수원지역에서 전문예술법인으로 ‘화성문화재단’을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했는지, 아니면 알고 했는지 화성시는 뒤이어 똑같은 명칭으로 재단법인 화성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상태다.

화성시와 화성문화재단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칭 문제가 종종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화성문화재단 명칭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향후 화성문화재단의 명칭 변경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뤄 나갈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여 개명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름이란, 다른 사람과 구별해 부르는 명칭을 뜻한다는 점에서 ‘수원의 화성문화재단’과 ‘화성의 화성문화재단’ 명칭 문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아울러 수원 화성문화재단의 설립 취지가 ‘수원을 21세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있다’고 밝혀 화성시의 화성문화재단 설립 취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수원시와 화성시라는 지역적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조상이 남겨준 가문의 명예와 자부심이 스며있는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자손된 도리이며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설령 이런 전통적 사고방식이 아니더라도 화성문화재단은 오랫동안 지역 내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아 가기 위해서는 이름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이유이든 남이 쓰던 이름을 그대로 베껴 오는 것-설령 성곽의 화성과 지역명칭 화성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자체가 ‘정체성’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성시는 이제라도 ‘화성문화재단’의 명칭 변경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굳이 수원시에서 먼저 발족해 활동하고 있는 ‘화성문화재단’과 똑같은 이름이 아닌 독창적인 이름으로 문화·예술도시로 이끌어 나갈 ‘재단 법인’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원시의 ‘화성문화재단’이 스스로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안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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