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저(Closer)는 엇갈린 네 남녀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우리에겐 1967년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졸업’으로 더욱 잘 알려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2004년도 작품이다. 여기, 자신만은 사랑에 솔직했다고 믿는 네 사람이 있다. 항상 ‘진실’을 찾아 갈망하는 댄, ‘소유’를 사랑이라 믿고 싶은 래리, 우유부단함을 ‘배려’라고 생각하는 안나, 그리고 늘 자신을 ‘보호’하려는 앨리스가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상처받은 사람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상처받은 이들의 특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 상대방을 찌를 뾰족한 가시를 내 세워서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늘 자신만 상처를 받을 뿐이라며, 상대방에게 드리운 자신의 가시가 마치 정당한 양 스스로를 위안한다.
영화는 문학과 달리 문자보다는 영상에 많은 비중을 싣고 진행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시각매체인 영화에서도 주요하게 사용된다. 특히 이 영화 ‘클로저’에서는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와 표정, 상황 등이 이들이 말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해독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들은 가장 솔직해야 할 순간 거짓을 말하고, 가장 진실을 말하는 순간 상대방에게 또 다른 진실을 추궁 당한다. 사랑하는 순간 이별을 고하고, 이별을 통보받고서야 진정 너를 사랑한다고 애원한다.
우리가 보는 현상은 양면적이다. 비록 하나의 현상을 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말할 수는 있을지라도 전부를 안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영화 속에 ‘사랑한다’고 서로에게 속삭이는 말들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두 진실이다. 단, 그 말 앞에 생략된 단어가 있다면, ‘(지금은) 사랑해’일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라고 해독했다면 그것은 오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싶은 ‘사랑해’는 언제나 오류를 범한 후자를 선택한다. 이 때문에 어찌 보면 결국 진실이란 어디에도 없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숨은 뜻, 그 이면의 이면을 찾아 집착을 하면 할수록 진실은 더욱 찾기 어려운 미궁으로 빠져든다. 왜냐하면 그 진실은 진정 상대방의 마음속 진실이라기보다 자신이 임의대로 믿고 싶은 상대방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어디에도 없는 진실의 무게를 힘들어하며 후회하는 순간은, 이미 사랑은 과거의 이름이 돼 ‘널 참 사랑했었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르면 그런 기억들도 사라지리라. 마치 언제 만났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해 지는 즈음에 가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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