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덕봉 경기본사
 【고양】우리나라 동네 슈퍼는 지역 주민과 밀착형 점포 형태로 발전해 왔고 영세 자영업의 근간을 이뤄 왔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의 변화는 대형 쇼핑몰 진출의 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며 동네 슈퍼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 동안 잠재적 실업 상태임에도 영업을 유지해 온 영세 자영업의 전반을 침식하는 것이고 지역 유통산업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것이며, 전문 마케팅 기법이나 자금력, 카드 수수료 등 각종 불리한 조건 속에서 가족경영 형태로 영위해 온 자영업자들의 가정해체를 촉발하는 것이다.

작은 시골, 시·군 단위까지 진출한 대형 마트들이 이제는 동네 슈퍼까지 잠식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도의가 아니며 불공정한 행태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은 한 나라의 경제체제를 몇몇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며 지역의 현금을 고갈시키고 지역 상권을 저해하며, 나아가 생산과 소비를 왜곡해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해 가격 결정 및 판매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대기업의 대형 마트 진출 반대운동이 전개된 바 있음에도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소규모 슈퍼까지 개설해 상권을 싹쓸이하겠다는 것은 돈벌이만 되면 무엇이든 한다는 천박한 자본주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대기업에게 윤리경영, 상생의 경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뛰어야 하고 경쟁해야 할 곳은 외국 굴지의 유통업체로 이들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함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2000년 26개에 불과했던 ‘기업형 슈퍼’는 최근 몇 년 사이 삼성포스코,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각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152곳), 롯데슈퍼(134곳), GS슈퍼마켓(116곳) 등을 잇따라 개설해 현재 전국 500여 곳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신세계 등도 올해 안에 대거 기업형 슈퍼를 확장할 계획이라니 전국의 풀뿌리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 일보직전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100만 이상의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거리에 나앉을 것이다. 영세 자영업은 실업을 막고 있는 마지막 보루다. 이 둑이 터져 더 크게 확대, 발전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가 대기업의 동네 슈퍼 진입을 억제하는 조례를 제정해 강력히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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