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무원노조의 실력행사로 동구에 대한 인천시 종합감사가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구의회가 기초의회로서는 전국 최초로 인천시 종합감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동구의회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가뜩이나 공직사회와 지역이 혼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사태수습은 커녕 불에 기름붓는 격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동구의회는 엊그제 의장실에서 인천시 종합감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천시 종합감사에 관한 동구의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구의회는 수용불가 근거로 `행정업무 전반에 관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한다'는 정의를 지닌 종합감사 형식의 `업무상 상급자치단체'의 감사결정은 지방자치법이 정한 법리적 논거의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는 등 몇 가지를 내세웠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수용불가의 근거로 내세운 내용이나 논리의 타당성, 적법성을 논하지는 않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천시와 공무원노조가 감사실시를 놓고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어 지역사회가 온통 혼란에 빠져있는 시점에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보인 행태가 주민들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염려스러운 점이다. 더욱이 공무원노조의 감사저지가 타당하다면 감사가 예정돼있음을 알고 있을 터에 의회입장을 진작 천명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번 동구의회의 입장표명이 혹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구의회 의원들의 복지부동'을 비난한 데 대한 면피용이 아니길 충심으로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공무원노조의 시 종합감사 저지는 최근 빚어진 인천시장의 군·구청 방문 저지와도 맞물려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육탄으로 출입을 막아 부평구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점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고 해도 바로 며칠전 문제의 동구 방문에는 시장이 탄 승용차에 소금을 마구 뿌린 지경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공무원은 노조원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국가와 지역사회의 기간이며 시민의 `공복'이다. 시민이 뽑은 시장에게 소금을 뿌린다면 결국 시민에게 소금을 뿌린 격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태는 전국적인 충격파를 던졌고 급기야 대통령도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같은 형국에 사태수습에 나서야 할 의회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 파문을 확산시킨 것은 본의든 본의 아니든 결코 신중치 못한 처사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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