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사스 전담병원을 지정한지 하루만에 주민들의 반발에 못이겨 철회한 일도 사스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시립 동부병원을 사스환자를 격리 치료할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뒤 일부 환자들을 다른병원으로 옮기기도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자 이를 취소하고 말았다. 또 사스환자를 접촉한 항공기 승객들을 일정기간 수용, 관찰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격리 수용시설을 마련하려던 계획도 주민들의 반발로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다. 환자의 대량발생에 대비하고 의심환자들을 격리수용해 증세를 관찰할 병원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전담병원의 지정이 어렵게 됐으니 앞으로의 일이 보통이 아니게 됐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행위를 님비현상으로만 몰아쳐 나무라기도 어렵다. 사스에 대한 정확한 실체나 전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가 부근 병원에 환자나 의심환자들이 격리 수용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초 지정된 병원 주변에는 초등학교마저 자리잡고 있어 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확실한 방역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병원 주변이 안전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된다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최근들어 사스로 중국에서 귀국하는 유학생이 하루 4천여명에 달하고 있고 앞으로도 1만여명 가량의 유학생과 주재원, 그 가족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꺼번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사스의 보균 위험성 때문에 가족들조차 만나지 못한 채 일시적인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귀국을 해서도 직장이나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호텔이나 여관방에서 혼자 지내며 잠복기간이 지난 뒤에야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4일 사스 의심환자 4명이 신고돼 국내 사스의심환자는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재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특별법이 제정돼 고강도의 방역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다행히 정부가 엊그제 사스 차단을 위해 검역인원과 격리병원을 대폭 확충하고 사스 의심환자를 강제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관계법을 개정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사스 차단을 위한 정부의 보다 확실한 방역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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