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수산물을 좋아한다. 조개구이, 꽃게찜, 산낙지, 갈치조림, 광어회 등은 이름만 대도 군침부터 도는 ‘국민음식’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7월 중순, 뉴스에 하루 한 번씩은 나오는 ‘식중독’이 유행하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시장에서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고등어를 봐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막상 생선을 산 주부들도 쉽게 가족들에게 생선요리를 내놓기 꺼려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1년 중 3개월 동안 수산물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세계 이마트 인천점 수산코너 총괄담당자인 윤병일(34)씨에게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아예 “많이 사지 마세요”란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물건을 사지 말라니…’라는 생각에 더 자세히 얘기를 들어봤다.

“사실 식중독은 어패류 쪽이 가능성이 높고 더욱이 저희는 법적기준보다도 제품 보관시간이 더 짧아 안전하지만 여름철은 아무래도 수산코너의 비수기에요. 고객들 입장에서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살 때 하루, 이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는 게 상하지 않게 먹을 수 있죠.”
각자 가정집에 있는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4마리를 사 한 마리 조리하고 다시 3마리를 봉지에 싸서 냉동하지 말고 샀을 때 손질을 해서 한 끼니 분량만큼 비닐봉지에 싸서 냉동하면 상온에 노출도 덜 되고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

얘기를 듣다 보니 그럴듯해 아예 자리를 잡고 그럼 어떤 생선이 좋은 생선이냐고 물어봤다.

“다 아는 얘기지만 등 푸른 생선은 등 색깔이 진해야 하고, 은백색의 생선은 비늘이 은색으로 광택이 나야 해요. 한 걸음 더 나가면 아가미를 열었을 때 선홍색이 나는가를 봐도 되고, 동공이 흰 색깔이면 그 생선은 한 번 이상 얼렸던 생선이에요.”
알고 보니 윤 씨는 수산매장에서만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소문난 베테랑이었다.

군 제대 후 일식에 관심이 있어 생선 손질을 배우기 위해 1998년 아르바이트로 시작, 지금은 물건 주문부터 소분, 진열, 매가 책정에 판매까지 이마트 인천점에 들어오는 생선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생선만 봐도 잡은 후 경과 일수, 사갔을 때의 선도. 냄새와 변질 여부와 알맞은 손질 방법까지 아는 경지에 올라 부잣집 고급 생선부터 음식점 저가 생선까지 유난히 ‘생선전문가’가 많은 인천에서 윤 씨는 단골손님까지 거느리고 있다.

일하면서 아쉬운 점을 묻자 물건을 대량으로 본사에서 구매해 일괄적으로 파는 대형 마트의 유통구조상 인천에서 나는 어종을 좀 더 대량으로 싼 가격에 공급하지 못해 아쉽다며 제철생선 공급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가끔은 소래포구 등 시장에 나가 구경도 하고 생선도 본다는 윤 씨는 나중에는 직접 생선도매에 뛰어들어 각 지역마다 철마다 나는 제철생선들을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 구석까지 싼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는 유통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씹는 맛이 좋은 활어회를 초장에 찍어 먹지만 진정한 생선의 맛은 오히려 이틀 정도 숙성 과정을 거친 선어회를 간장과 고추냉이를 섞어 먹으면 씹는 맛은 다소 물컹해도 전체적으로는 월등해요. 양질의 선어회를 진공포장한 ‘싱싱회’를 사서 드셔보세요.”
생선을 먹는 방법, 고르는 방법, 보관법까지 듣고 나니 제아무리 식중독 계절이라도 오늘 저녁에는 그의 추천대로 맛있는 병어조림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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