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원들의 ‘당연한 친절함’이 때로는 불편하다. 그들의 훈련받았거나 혹은 우러나온 친절함은 웃으면서 다가오지만 옷 하나 천천히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김나리(22)안내가이드의 친절함은 달랐다.

아무리 사람 만나는 직업이라지만 기본적인 매장 문의, 분실물 방송 접수 외에도 휴대전화 충전, 물품 보관에다가 판매매장 불만사항까지 하루에 일반 매장보다도 많은 500명 이상을 만날 정도로 안내가이드 일은 고되 보였다.

그럼에도 고객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오히려 더 밝게 웃는 얼굴을 보니, 또래들은 한창 취업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는 어느새 4년째 인천점에서 안내가이드로 일하면서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말하면 속으로 벌벌 떨었어요. 워낙 그때는 어렸으니까요. 이제는 딱 입술에 힘주고 웃으면서 아주머니에게 ‘옷이 잘 어울리세요’라면서 말을 걸면 ‘그렇지? 역시 자주 와야겠어’라고 대답이 돌아와요.”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원들처럼 단골손님은 없지만 길을 물어보는 손님에게 가는 곳까지 직접 안내해 주면 작은 음료수 하나가 손에 쥐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그녀의 일하는 모습만 보고 얌전하고 친절한 모습만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해 인천점 11주년 기념행사 때 열린 뮤지컬에서 그녀는 무려 1인 3역을 소화하면서 여고생, 할머니, 절도범의 역할을 해 냈다. 뮤지컬이니 노래는 물론 기본이다.

심지어 자체 경진대회인 인사올림픽에서는 대회 사이에 흥을 돋우는 초대가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연예인의 꿈을 키우다 집안의 반대로 접은 그녀는 지금은 회식 자리에서는 남진의 ‘둥지’를 뽑아내고, 일과 후에는 다른 사원들에게 행사 때 공연할 소녀시대와 포미닛 등의 최신 유행 춤을 가르치는 인천점 내 끼 넘치는 ‘인기 스타’로 활약 중이다.

갖고 있는 끼만큼이나 하고 싶은 일도 많아 요즘은 집에서 요리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는 그녀는 내년에는 회계사가 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한단다.

“안내가이드 일을 하면서 다리가 참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배려라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고객이 매장에서 생긴 불만을 저한테 와서 하소연하면 전에는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더 생각하게 되죠.”
아무리 안내가이드라도 버스 소요시간부터 타 지역 교통 노선까지 알기는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그녀는 어느새 ‘고객들이 친절하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금세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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