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벌써 8월이니, 1년의 5분의 3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을 위해 휴가 기간 동안 어딘가로 떠나 재충전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멀리 떠나는 것보다 가까운 백화점이나 도서관 등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뉴스를 들었다. 피서(避暑)라는 그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며 일상 아닌 일상을 만끽하는 휴가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렇게 더위를 피하는 곳으로, 더불어 일상 탈출의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극장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시원한 곳에 편히 앉아 팝콘을 손에 쥐고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장소,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이 돼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마치 마법에 빠져들 듯 시원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곳이 바로 극장일 것이다. 오늘은 휴가철을 맞아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을 소개한다.

일본의 어느 지역인지 알 수 없는 작은 공항에 타에코가 내렸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찾아간 민박집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탈의 시간을 만끽하려 한다. 낯선 곳에 가면 누구나 그렇듯 그녀는 그 마을의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고 특색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여러 정보를 수집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곳은 사색을 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였다. 깨끗한 바닷가를 보거나 산책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할 것도, 또 갈 곳도 없는 작은 바닷가 마을. 그래서인지 그곳 사람들을 사색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였고 그런 사색, 즉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조용하고 아늑한 자연이 주는 느낌을 마을 최대의 장점으로 꼽고 있었다.
처음, 조용하고 밋밋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접했을 때 타에코는 적지 않은 불편함과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타에코 역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으로 여행지를 무작정 잡았다’는 말로 그녀가 생활하는 일상은 온통 기계들에 둘러싸여 바쁜 스케줄에 꽉 짜인 도시인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바람에 풀숲이 움직이는 소리, 바닷물이 백사장으로 밀려와 닿는 소리, 따뜻한 아침 햇살의 냄새 등을 타에코도 서서히 느끼고 있다. 그렇게 그녀는 더 이상 특별할 거 없어 보이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휴가를 즐기며 밝은 에너지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 휴가가 주는 설렘이란 바로 돌아갈 일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일정한 힘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하루하루는 계속 쌓이게 되면 어느새 스트레스 혹은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돼 버린다. 하지만 비록 길지는 않더라도 일주일 정도의 휴가의 시간은 우리를 그런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그렇게 제거된 스트레스나 줄어든 일탈에 대한 욕망은 탄성의 법칙처럼 우리를 다시 원래 있던 제자리로 기꺼이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휴가 전보다 훨씬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 머지않아 기꺼이 돌아갈 일상을 위해 즐거운 여름휴가, 모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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