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범 경기본사

【오산】아무 보람 없는 행동을 비유할 때 ‘금의야행(錦衣夜行)’이란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 말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거닐다’라는 뜻으로 ‘자기가 아무리 잘해도 남이 알아주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산시는 근로자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개관 이후 운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금의야행’이란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총사업비 60억 원이 투입된 복지관 건립은 지난해 6월께 (주)아모레퍼시픽이 오산시에 기부채납을 약속하면서 가시화된 사업이다. 그러나 복지관을 기부채납 받은 오산시의 ‘엇박자 행정’이 최근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준공 이전 이뤄져야 할 ‘수탁자’ 선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상적인 복지관 운영은 연내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산시 해당부서 관련 공무원들마저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 지역경제과 담당 공무원은 “현재 복지관 준공 이후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국노총을 수탁자로 선정할 계획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부서 사무관 A씨는 “복지관 운영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연내 정상 운영은 사실상 불투명하다”며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는 직원 2명 인건비와 공과금을 내기에도 빠듯한 입장”이라고 했다.

사실 확인 결과 시는 금년 연말까지 복지관 운영비로 4천200만 원의 예산만 세웠다. 이 금액으로 민간위탁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는 수탁자 선정 문제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시가 이처럼 복지관 운영을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는 것은 ‘사전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런 지적은 다른 시·군이 목적 건물에 대해 준공 이전 수탁자 선정을 마무리 지은 것과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시 지역경제과 측 역시 이런 점에 대해 “복지관 준공 이전에 수탁자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오산시가 근로자들의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던 ‘복지관’. 그렇지만 기부채납으로 완성된 복지관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정상 운영되지 않는다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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