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사망한 허원근 일병 자살조작사건 당시 군 헌병대에 의해 조사를 받았던 사고현장 목격 사병들이 조사 직후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군 부대차원의 조직적인 은폐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 관계자는 22일 “사건 직후 시작된 군 헌병대의 조사때 당시 목격 사병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고, 조사가 끝난 후 이들은 포상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 목격 사병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쪽집게로 머리카락을 뽑고 무릎에 군봉을 끼운 후 무릎을 짓밟는 등의 형태로 이루어져 조사과정에서 이러한 가혹행위가 이뤄진 이유와 포상휴가 배경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
 
또 허 일병이 사고 당일 오전 2∼4시께 발생한 총기오발사고로 숨진 이후 대대급 간부가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자살로 은폐하기로 하고, 오전 7시께 연대에 `자살사건'으로 보고됐고 이날 오전중 사단단위까지 보고됐음에도, 군 사단 헌병대 조사에서 사고발생시간이 오후 1시20분으로 처리된 수사결과에 대해 사단, 연대에서 아무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냈다.
 
특히 사건 맨 처음 수사를 담당했던 부대가 군 사단 헌병대인 것으로 확인돼, 사단 책임자가 사건 전말을 알고서도 이를 숨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시 해당 중대장을 구속기소했던 군 검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을 자살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허 일병의 자살을 유발한 단순가혹행위' 등의 혐의로만 구속기소한 것으로 밝혀져 군 검찰에도 모종의 압력이 있지 않았겠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의문사위는 허 일병이 모하사관의 행패과정에서 오발된 첫 총탄에 맞은 뒤 즉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추후 허 일병을 향해 추가로 총 두발을 쏘도록 한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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