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천재 수학자가 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역대 최고의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으며, 그를 추천한 학부의 교수는 추천에서 딱 한 줄, ‘이 학생은 천재입니다’로 그에 대한 모든 의견을 집약했다. 21세의 나이에 박사 논문으로 쓴 그는 ‘균형이론’으로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 메달 후보가 됐다. 그리고 MIT 강단에 서며 교수로 재직하던 중 자신의 수업을 듣던 미모의 여대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한 남자 이야기. 어찌 보면 요즘 말로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처럼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완벽한 사람의 이야기다. 이 엄친아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존 내쉬 교수로, 현재 프린스턴 대학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리 앞으로의 그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오늘은 2001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분에서 수상하며 화제가 됐던 론 하워드 감독의 작품, ‘뷰티풀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너무나 천재적이어서 이상한, 혹은 그 이상한 모습마저 천재적으로 보이는 사람, 존 내쉬. 그는 프린스턴에 입학해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거둬 내며 거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냉전시기가 한창인 1940, 50년대로 그 또한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존 내쉬는 그가 내세운 ‘균형이론’을 바탕으로 미 국방성에서도 게임전략 이론 전문가로 일하며 냉전시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20대 후반부터 서서히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며 그의 안정적인 삶과 천재적인 능력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겪게 된다.
30여 년 넘게 자신의 광기와 싸우던 그는 전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되는 60세 이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어린 학생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다시금 품게 된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그가 정립한 균형이론은 경제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1994년 존 내쉬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당시 내쉬는 수상 소감에서 “저는 언제나 논리에 대해 탐구해 왔었지만‘무엇이 진정한 논리이고, 누가 이성을 결정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저는 그간 형이상학과 비현실의 세계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돌아왔고 그리고 정말 소중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이성과 논리로도 풀 수 없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여기까지 왔으며, 당신은 제 존재의 이유입니다”라는 수상 소감으로 힘든 시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뜻을 전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실존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어느 정도 드라마화됐고 또 미화된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오랜 정신분열증을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벗어나려 노력한 한 사람의 모습과 무너질 듯 위태롭고 고된 상황 속에서도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금의 그를 있게 해 준 아내의 사랑 역시 너무나도 아름답다. 사람 인(人)이란 한자어처럼,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돼 상대방의 존재 이유, 존재 가치를 더 빛나게 해 주는 사람이 돼 보는 건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존재의 이유가 먼저 돼 줬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앞서 내가 그 사람의 존재의 이유가 기꺼이 돼 준다면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해 주는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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