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서적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화 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인하대 인문학부 김우진 교수와 조병준 교수가 함께 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면과 저면」(만남刊). 두 교수는 "신화의 진면목을 모르고서 그저 줄거리만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신화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라며 "신화가 세상의 일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수수께끼라면, 이런 신화의 상징과 암시를 포착해 해석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신화는 알리바이의 메커니즘을 통해 그 전달내용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꾸며 버린다. 그러므로 신화 속에서 알리바이를 포착해내면 신화해석이 손쉽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라노스 살해 신화'로부터 저자들은 원시가부장제도의 출현에 따른 성폭력의 문제를 폭로하는 것과 더불어 신화의 형성시기를 추적하여 그것이 그리스 북부에 헬라스인들이 이주해오던 시기와 일치함을 밝혀낸다.

그리하여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천지창조 신화는 천신 신앙을 들여온 이주민과 지신 신앙을 믿던 토착민들 사이의 충돌과 융합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겪게 되는 곤욕 중 하나는 책들마다 줄거리의 통일성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것.

저자들은 이런 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편적 에피소드 형태로 된 신화에 하나의 통합적 틀을 제공하려고 시도했다. 즉 동일한 주제와 소재로 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대기적으로 묶으면서 각 이야기들에 대한 출전을 밝히는 것과 함께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동일한 신들의 명칭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추가하고 있다.280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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