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할 「레인 오브 파이어(Reign of Fire)」는 괴물의 등장으로 인류가 위기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SF 재난영화. 멀게는 「죠스」나 「킹콩」, 가깝게는 「쥬라기공원」 시리즈와 「프릭스」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영국의 소년 퀸(크리스천 베일)은 어머니가 일하던 지하 공사장 땅굴에서 수억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익룡의 잠을 깨운다. 익룡이 토해내는 화염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쳐나오지만 어머니를 잃고 만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서기 2025년. 익룡의 무자비한 공격과 인류의 무모한 핵무기 대응으로 지구는 황폐화되고 극소수의 인류만이 방공호에서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퀸은 재를 먹고 사는 익룡이 지구상에 더 파괴할 것이 없어지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믿고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한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 해병대 출신의 용병 밴젠(매튜 매커너히)이 탱크와 헬리콥터 부대를 이끌고 나타난다. 익룡 사냥꾼을 자처하는 그는 유일한 수컷 익룡을 죽이면 모든 익룡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며 퀸과 날카롭게 대립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볼거리는 「아마겟돈」의 리처드 후버와 「더록」의 댄 들리유가 만들어낸 시각효과. 「레인 오브 파이어」의 익룡은 「쥬라기3」나 「고질라」의 주인공보다 훨씬 공포스럽다.「X파일」의 롭 바우만 감독이 연출한 `미래의 묵시록' 같은 종말론적 분위기도 인상적이며 공중과 지상에서 전투장면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연결고리나 등장인물간의 관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과 예민한 감각에 민첩성까지 갖췄다는 익룡이 마지막 인간의 단순한 공격에 무너지는 대목은 허무하기까지 하다.

퀸과 밴젠이 대립했다가 화해하는 과정도 필연성이 부족하고 여성전사 알렉스역의 이사벨라 스코룹코는 구색용으로 끼워넣은 느낌이다. 지적이면서 부드러운 역할을 주로 해왔던 매튜 매커너히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내러티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겉모습 변화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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