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이 저 높이 도망만 가는 계절이 되니 어느새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달포 앞으로 다가왔다.

대개 신정 때 한 해를 맞이하다 정작 구정에는 가까운 친지나 친구에게 안부만 전하기 일쑤인 설과는 달리, 추석에는 가까이는 직장 동료부터 멀리는 먼 친척까지 안부도 물을 겸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예사다.

IMF 이후 최고라는 경제 불황도 한풀 꺾인 기세인지라 그냥 보낼 수 없어 신세계백화점 선물세트 담당자를 찾았더니 그 정도로 중요해서인지 일반 실무자가 아닌 간부급의 영업1팀 김상우(43)팀장이 맞았다.

“전쟁이나 마찬가지죠. 예약판매가 시작됐기 때문에 저희 선물세트 관련 직원들은 1년에 두 번 있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추석은 보통 설보다 매출이 10% 정도 좋아 불황이 한창이던 설보다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 저를 포함한 직원들은 백화점 영업시간이 마치면 연일 야근을 하는 중이죠.”
실제 매장에는 중순께나 일반 고객들에게 선보이겠지만 각종 상품 개발 및 업체 선정은 대략 1년 전부터 본사와 함께 시작해 추석 D-40일부터는 특판팀을 구성, 최대 4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예약판매를 4일부터 시작한다.

“선물세트 판매도 지역별로 다 달라 50만 원 이상 고가의 선물세트가 잘 팔리는 강남점과 달리 인천점은 중소기업이 많이 위치해 기업체 선물용이나 10만~20만 원대가 가장 많이 팔리는 편이에요. 물론 이런 것들을 분석해 유행 예측을 통해 상품군 구성을 하죠.”
그래서 그런지 품목도 기업체 선물로 많이 쓰는 생활용품 선물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팔리고, 옆에 있는 이마트에서도 통조림이나 화장품 선물세트가 매출이 좋단다.

작년 설만 해도 한 고객이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의 지인에게 보낸 선물을 직원이 누락, 이를 설날 이틀 전에야 발견해 용달차, 퀵서비스를 동원해도 모자라 결국 고향이 근처인 직원이 직접 들고 내려갔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니 괜히 명절 선물세트 판매를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올 추석도 지난 설과 마찬가지로 VIP고객은 더 고급스러운 선물을 찾고, 서민층은 더 실속형 선물을 찾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 같아요. 이를 반영해 그린스타, 5스타 등의 고급형 브랜드 선물 강화와 함께 5만~10만 원대 선물세트 구성비를 크게 늘렸죠.”
고급 선물세트 중에서는 강개상인배양근지력산삼(홍삼농축액+산삼배양근, 강화산 12만 원), 실속형 중에서는 예년보다 한결 저렴해진 사과+배세트(5만~10만 원)를 추천한 김 팀장은 아쉬운 점을 묻자 지역상품 구성을 들었다.

“힘들게 준비하고 나서 매장에 전시했을 때 고객들이 몰려오면 그 표정만 봐도 기쁘죠. 그 맛에 피로가 가시지만 아직 인천지역 특산품을 많이 포함시키지 못해 그게 제 숙제인 것 같아요. 강화인삼은 가능하지만 꽃게나 밴댕이는 선물세트화하기 힘들어 계속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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