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무심코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에 들어갔다. 늘상 그렇듯이 여직원 A가 다가가더니 “손님 보시는 옷 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렇게 손님이 블라우스를 이 옷, 저 옷 대 볼 즈음 여직원 B가 “그 옷엔 이 치마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더니 레깅스 없이 입어도 예쁠 거라며 금세 치마를 가져왔다. 잠시 후 A는 어깨를 강조한 옷이 유행이라며 어깨 부분이 독특한 옷을 건넸고, 어느새 손님은 옷 두 벌을 계산하고 있었다.

물론 어느 매장을 막론하고 ‘연결판매’는 매출을 올리는 지름길이고, 매장 판매원들의 판매기법이야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왠지 닮은 듯한 이들의 호흡은 남달랐다.

‘혹시 친자매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여성의류 브랜드 BNX 고수하(32)매니저와 고상하(30)판매원은 2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자매다.

두 살 많은 언니 수하 씨가 유통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13년 전.
“유통 쪽 일하는 사람들이 의리도 있고 오지랖도 넓고 그러거든요. 다들 꽉 막히지 않고 생각이 트여 있어 저랑 잘 맞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일에 재미를 느껴서 일하고 있어요.”
언니 수하 씨가 본인 표현대로 ‘치마입은 남자’ 유형이라면 동생 상하 씨는 다소 새침하고 여성스럽지만 일에는 악착같은 면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지냈는데 어느 날 언니가 판매일을 권하더라고요. 8년 전쯤부터 언니 소개로 다른 매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옷 좋아하는 동생에게 앞가림이나 하라던 수하 씨지만 같이 일해보니 매장 매니저란 게 조그만 CEO나 마찬가지라 판매원들 사이의 위계질서 때문에 남들보다 더 심하게 혼내고 야단치기 일쑤였다.

“6개월 정도를 단 한 번도 반항을 안 하는 거에요.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국 작년 추석 때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크게 싸웠죠. 멀리서 온 친척들도 말리고 둘은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음 날 상하 씨가 출근 안 할 것 같았다던 ‘엄한 매니저’ 수하 씨도 동생이 퉁퉁 부은 눈으로 일찍 나와 매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지금은 제가 쉬는 날에도 동생이 잘해주니까 걱정을 안 해요. 동생이 저를 잘 아니깐 전체 매장 분위기도 훨씬 낫고요. 또 제가 손님을 파악해 어떤 스타일을 입어보라 제안하는 편이면 동생은 의욕적으로 입혀보는 스타일이라 상승 효과도 나고 좋죠.”
그래도 심한 요구를 하는 난감한 손님이 오면 언니 생각부터 먼저 난다는 동생 상하 씨의 “언니에게 배워 내년 상반기께는 독립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이 단란한 자매 판매원의 남다른 호흡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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