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 성격을 둘러싼 민주당내 갈등이 `인적청산' 문제로 표면화되고 있다.
 
신주류 소장파는 현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기득권 포기, 당외 신당추진기구 구성, 범개혁세력 통합을 통한 개혁신당을 주장하면서 구주류의 `발목잡기'가 계속 된다면 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구주류측은 민주당의 계승과 외연 확대를 전제로 신당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뺄셈정치는 안된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개혁'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됐던 신당 논란이 `인적청산'이라는 근본갈등을 마침내 드러낸 셈이라고 할 수 있어 신당 논란이 절정에 이르는 인상이다.
 
◇신주류=정동영 의원은 5일 “당내에 신당추진기구를 만들어 민주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발전적으로 해체한 다음, 신당에 동참하려는 개혁세력과 시민사회, 개혁당, 한나라당내 개혁파 등과 함께 당밖에 준비기구를 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 당외 신당추진기구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빠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한 이후 당밖에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신당 추진을 민주당의 틀내로 국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적청산론'과 관련, 그는 “`도로 민주당'이라면 신당을 할 필요가 없다”며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당을 만들고 공정한 국민경선 절차를 거치면 여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미나를 통해 `제4세대 정당론'을 펴며 개혁신당 창당의 명분과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호웅 의원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신당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신당에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든 세력이 참여할 수 있으나, 절차 등을 내세워 신당 추진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버리고 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동영·이호웅 의원과 신기남·천정배·이종걸 의원, 김한길 전 의원 등 신주류 핵심인사들은 지난 4일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류 핵심인사들의 강경발언은 최근 구주류측이 `통합신당론'을 매개로 기득권의 분명한 포기없이 신당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신당이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하고 명분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의 조건으로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주류와 현 지도부의 기득권 포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민주당의 지도부 뿐 아니라 당원까지 모두 해체한 상태에서 새로 신당에 참여하는 당원에게 공직후보 선출권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적청산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을 해체하는 신당을 만들자는 판에 기득권 포기 등 몇가지 원칙을 후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정균환 총무를 비롯한 구주류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당의 내용을 같이 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주류 내부에서도 부산·경남 등 영남권의 친노 인사들은 인적청산을 거세게 주장하는 반면,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 온건파는 `끌어안기'를 강조하는 등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남권 친노 인사들의 경우 `DJ와 호남의 색채를 완전히 탈색하는' 개혁신당이 아니라면 내년 총선에서 영남에서의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고, 호남권 신주류의 경우 인적청산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호남 유권자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전 특보는 “신당은 모든 정파가 같이 가는 `계파통합'이 아니다”면서 “내년 총선을 영남당, 호남당, 개혁당으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 구주류 일부가 `호남당'으로 잔류하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비쳤다.
 
반면 정세균 의장은 “구주류측에서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했는데도 당밖에서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분당으로 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내년 총선을 위해선 모두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중도·구주류=신주류측 일각에서 `인적청산론'과 `당 밖에서의 신당 추진'을 주장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구주류측의 김태랑 최고위원은 “같이 가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변덕을 부리면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면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밖의 신당추진기구 구성에 대해 “인적청산을 하자는 것이어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혼란을 야기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정치는 몇사람의 생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주류측 의원은 “누구로부터 위임받아 인적청산을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프로그램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통합개혁모임(총괄간사 강운태)'과 대선 당시 후단협 의원들도 `선 개혁내용-후 방법론'을 내세워 인적청산론에 제동을 걸었다.
 
강운태 의원은 “개혁의 방법이 아니라 개혁의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내용이 정해지지 않으면 통합신당이건, 개혁신당이건, 리모델링이건 모두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릇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 그릇에 담을 내용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면서 3개월 가량 논의돼 온 당 개혁안을 먼저 확정한 뒤 당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모임의 조재환 의원도 “자신들의 뜻이 옳다고 생각하면 뜻대로 추진하면 될 것이지 남을 걸고 넘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통합개혁모임은 이날 간사단 모임을 갖고 신주류측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후단협 모임을 이끄는 최명헌 의원은 신주류 강경파 일부의 탈당을 통한 신당 추진론에 대해 “나갈려면 나가라지”라며 “개혁신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어떤 당을 만들 것인지,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 신당의 목표와 당헌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중도개혁적인 정당이라면 신당 창당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그러나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신당 창당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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