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한국여자배구가 유럽의 장신벽에 막혀 세계 4강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속개된 제14회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지난해 유럽선수권 준우승팀 이탈리아를 맞아 체력과 신장에서 뚜렷한 열세를 보이며 0-3(20-25 22-25 19-25)으로 패했다.
 
5∼8위전으로 밀려난 한국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브라질과 5∼6위전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실업팀 해체로 인한 저변 약화와 지원 부족 등 국내 어려운 여건을 딛고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쿠바와 세계랭킹 1위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함으로써 세계정상권 재진입의 자신감을 갖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8년만의 4강행을 노리던 한국은 블로킹 득점에서 이탈리아에 4-13으로 뒤지는 등 높이의 열세를 절감하며 끌려다녔다.
 
시드니올림픽 직후 과감히 세대교체를 단행한 이탈리아는 엘리사 토구트(13점·4블로킹)가 한국의 센터라인 위에서 강타를 내리꽂고 블로킹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하며 시종 주도권을 쥐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최광희의 레프트 강타와 정대영의 막아내기가 주효, 5-1로 앞서 나갔으나 박미경과 구민정의 잇단 범실로 5-5 동점을 허용한 뒤 높이의 우위를 앞세운 상대의 속공과 이동공격에 고전, 20-25로 세트를 잃었다.
 
기선을 빼앗긴 한국은 최광희의 오픈공격이 이탈리아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0-7, 4-11로 일방적으로 밀리다 정선혜의 타점 높은 강타와 함께 상대 잇단 범실에 편승, 21-22로 따라붙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3세트에서는 상대의 스파이크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 대회 첫 영패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의 이날 패배는 시급한 세대교체와 함께 장신센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심어준 계기가 됐다.
 
한편 중국은 브라질을 3-2로 눌러 이탈리아와 4강에서 맞붙게 됐고, 러시아와 미국도 각각 불가리아와 쿠바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둬 4강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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