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우리은행 인천 주안지점에서 발생한 계약직원의 현금인출 도주사건은 은행의 허술한 관리소홀 및 감시시스템 미흡 등의 문제로 타 금융기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마다 차이점은 있겠지만 은행원이 통상적으로 하루에 전결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천만원으로 은행직원이 개인 온라인 단말기 키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서 발생한 이번 현금인출 사건은 범인 서모(31·여)씨가 지난 21일 오전 9시38분∼오후 3시26분 자신의 은행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 임모(41)씨 명의로 된 다른 3개 은행 계좌에 모두 20차례에 걸쳐 18억3천400만원을 기록상으로만 입금시켰다.
 
즉 현금이 입금되지도 않은 상태서 입금이 끝난 것처럼 단말기에 허위로 입금된 액수를 기록해 임씨 계좌로 입금시키는 `무자원 입금'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자원 입금방식으로 수 차례에 걸쳐 돈을 가로챌 수 있다”며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씨도 직원용 전결 한도액이 있는 점을 교묘히 악용, 한꺼번에 큰 돈을 전결할 경우 적발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서씨는 20차례에 걸쳐 단말기를 조작해 임씨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서씨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20차례나 보이지 않는 돈을 입금시키고 있었는데도 동료직원 단 한사람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은 은행간부조차 부정입금방지 프로그램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안지점의 경우 서씨가 20차례에 걸쳐 개인 단말기로 입·출금을 했는데도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은행측 감시시스템이 허술한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계약직 사원인 서씨에게 도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긴 것과 개인 단말기로 전결을 할 수 있도록 I.D를 부여하는 등 은행측이 관리에 허술한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시중은행의 예금 지급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 임씨는 서씨의 연락을 받고 구리·일산, 인천 등지의 시중은행 10개 지점을 돌며 1만원권 지폐로 한번에 2천만∼2억원씩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현금이 부족한 지점에서는 일부 수표로 받아 인근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꿔갔다.
 
은행 직원이 수천만원을 현금으로 찾아갈 때 이를 수상히 여겨 신분을 확인했거나 차량번호만을 확인했어도 범인들 검거는 물론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을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 주안지점측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발생 5시간30분이 지난 후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늑장 신고를 해 범인들은 도주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결과를 낳고 있다.
 
5시간 반만에 18억여원을 챙겨 달아난 이번 사건은 최근 평화은행과 합병한 우리은행의 감시시스템이 완벽치 않은 상태에서 범인이 이를 악용한 인상을 주고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합병은행 등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될 수도 있을 것이 우려돼 은행별 자체 조사는 물론 사직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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