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덕봉 편집국 국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사유재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사하고자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화정 세이브존이 단순히 개인의 사유재산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세이브존이 비록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화정지구 개발과 더불어 최초로 사업을 시작해 전국에 6개의 매장을 가진 큰 기업체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세이브존이 곧 화정이라는 이미지로 연결돼 있고 화정을 중심으로 한 덕양구 나아가 고양시민들을 주 고객으로 해 사업을 영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온 향토기업이며, 화정 주민 수백 명이 고용돼 일하고 있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을 고향처럼 생각하며 쉽게 떠나지 못하는 모태신앙 같은 것이 있는데 자신의 근거지인 화정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세이브존의 상실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고 이는 곧 기업 이미지 하락과 자신감 결여로 연결돼 앞으로 기업이 커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손실이 돼 국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감정싸움으로 비화해 이미 2~3층 점포에는 건축물 잔해만 쌓여있고 출입을 막아놓은 하얀 띠줄은 폐허를 방불케 하며 앞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세이브존은 몇몇 점포만 운영되는,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상가로 전락할 것이며 세이브존 화정점을 찾던 고객의 발길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을 것이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지 모른다.
세이브존은 덕양구 유일의 종합 쇼핑몰로 화정의 대표적인 점포다. 화정의 랜드마크이며 화정 상권 형성의 가장 중심에 있는 상가다. 이러한 세이브존이 소유권자들의 이해 충돌로 인해 문을 닫아 흉가처럼 방치될 경우 그 최대의 피해자는 소유권자들이 아니라 당장 불편을 겪어야 하고 지역 이미지가 실추된 화정주민, 나아가 화정 상권 전체가 될 것이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마저 잃은 직원들일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세이브존과 분양점포 소유주 양 측이 주장하는 근거에는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상호 초심으로 돌아가 보면 세이브존은 자금문제 또는 다른 이유로 일반에 점포의 54%를 분양했고 그로 인해 사업 발판 마련에 성공했으며 점포를 분양받은 소유주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사업이 원만히 이루어져 다른 상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많은 관리비와 더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는 이해와 설득으로 상호 대화를 통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여지가 있는 문제지 그것이 점포의 문을 닫고 사업을 철수하는 정도의 심각한 사안은 아닐 것이다.
고양시는 브로맥스 및 방송산업 등 자족시설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런데 고양에 본점을 둔 굴지의 유통회사가 철수하는 데 대해 중재에 나서지 않은 당국의 처사에 주민들은 크게 원망할 것이다. 개인 기업체의 분쟁에 대해 지방정부가 관여하는 데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당사자들끼리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은 서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고양시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하고 강제명령이라도 발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회사가 업체의 생각과 판단으로 폐업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그 합리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 자족시설로 잔류케 하는 등의 ‘폐업·이전 업체 사전 면담 제도’ 등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제도적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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