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철 경기본사 사회2부
【화성】40여 년 만에 만난 스승이 한 제자에게 베푼 사랑은 기축년 마지막 달 동장군을 녹이는 훈훈한 이웃사랑운동으로 점화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사연인즉슨 지난 10일 오후 늦은 시각 화성시 향남읍사무소 읍장실에 한 노신사가 40대 초중반의 여성과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듯 조은형 향남읍장은 그들을 반갑게 맞았고 안내에 따라 자리를 한 뒤 여성 방문객이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읍장에게 건네며 “얼마 안 되지만 불우이웃에게 써 달라”고 했다.
조 읍장은 감사의 표시를 하며 “뜻에 어긋나지 않게 직원들과 상의해 좋은 곳에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노 신사는 “내년 개학 시부터는 결식아동 5명 정도의 급식비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대상자를 선정해 달라”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일어섰다.
차 한 잔 하시고 천천히 가시라는 조 읍장의 권유도 뿌리치고 곧바로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무실 전체가 흐뭇하고 밝은 미소가 빛나는 듯했다.

배웅을 마친 조 읍장에게 그들에 대해 물으니 노신사는 조 읍장의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 담임이었고 발안초등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했으며 향남읍의 초대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았던 최곡영 선생이라 했다. 그리고 함께 온 여성은 그의 큰딸이고. 지난 1월 조 읍장이 향남읍장으로 부임하자 최 선생은 제자의 금의환향을 축하해 주며 수시로 만남도 가지면서 ‘예의와 노력과 봉사’를 강조하고 재임 기간 동안 뜻있는 일들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제자인 읍장의 업무 추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향남읍 관내에서 영어학원을 하고 있는 큰딸과 함께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돕기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이날 200만 원의 성금을 가지고 왔던 것.
더욱이 요즘 경제도 어려워 모두가 힘들어하는데 정성이 듬뿍 담긴 성금을 주신 데 감사하다는 읍장의 인사를 받은 이 부녀는 내년 개학 시부터는 결식아동 급식비를 지원할 대상자를 선정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조 읍장은 40년 동안 기억 속에 존경하는 모습으로 간직해 오던 은사에게 또 다른 커다란 가르침을 받았다며 앞으로 은사의 기대에 어긋나는 공직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열심히 공직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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