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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게 하자

전년성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제0면
   
 
  ▲ 전년성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나는 교육위원 재임 시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늘 기다려지고 행복했다. 학생들을 정성을 다해 지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을 직접 듣고 그들의 고뇌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의욕과 교육적 열정이 충만한 선생님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특히 요즈음의 젊은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수업능력도 뛰어나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 수준이나 지도 방향도 확고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역시 교원 집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 집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곤 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튼튼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며, 또 지혜로워야 한다. 이러한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전인(全人-體·德·知) 교육이라고 하는데 공공선을 추구하는 영원한 학교 교육의 방향이기도 하다. 높은 수준의 체·덕·지가 겸비된 사람을 인재라 할 수 있고, 인재를 기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치밀한 계획, 사전 준비 등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은 계획을 세워 추진할 때 더 잘 할 수 있고, 중요한 일일수록 더 철저하고 세심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사람다운 사람,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며, 따라서 가장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요구되는 일이다. 전인육성을 위한 학교 교육계획 수립, 즉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일은 고도의 교육 전문성과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현장의 선생님들은 교육정책 사업 추진 등으로 시달되는 각종 공문 처리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담임을 맡고 있는 많은 학생들의 생활지도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아무리 교육적 가치가 높은 교육 정책이나 또 학교장의 경영 철학을 구현하는 일일지라도 선생님들의 학급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지 않으면 불필요한 잡무가 되고 교실수업을 침해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 본질을 왜곡 내지는 훼손시키는 일이 된다.

인천시교육청의 2009년 전반기까지의 교육지표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간육성’이다. 인간육성의 핵심 주체는 교실의 선생님이다. 학교 현장에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교육이론·시설·교육자료 등 완벽한 교육환경이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교실의 선생님이 활용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또 교사 주도 학원식 암기위주의 교육을 한다면 바른 인성도 길러지지 못하고 나아가 창의적 인간 교육은 실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국가에서 막대한 혈세로 설치·운영하는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청, 학교 관리자, 행정실 등의 존재 이유도 교실의 선생님들이 더 잘 가르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그리고 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는 정기적인 현장 장학을 통해 선생님의 올바른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지도·지원하는 한편, 소홀히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흔히 ‘교단지원체제’ 운운하는데 바로 교단에 선 선생님들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토록 교육행정시스템이 작동되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선생님들이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물론 국가 공무원인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만 하게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 교육과정 편성·운영에만 충실하게 하는 핀란드와 같은 선진국의 교육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교육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글로벌 무한 경쟁사회 최고의 화두인 창의력은 자율이 전제되지 않고는 키울 수 없다.

‘학교 자율화’는 학교와 선생님에게 국가(시·도) 교육정책의 큰 틀 안에서 무한 교육 자율권과 무한 책무를 동시에 요구한다는 의미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게만 한다면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릴 이유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선생님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 즉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하며 우리의 인천교육행정시스템, 학교행정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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