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영 고양시의회 의원

 4년의 의정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동료의원과 격하게 대립했다. 물론 전에도 상충되는 의견으로 진통이 있기는 했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해결해 나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2010년 본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로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예산안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해당상임위 의원들은 원안통과를, 나를 포함한 타 상임위의 예결위원은 예산삭감을 요구하며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논란이 된 예산은 ‘BRT구간 버스정차대 식재사업‘이었다. 고양시는 지역주민들의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2006년 중앙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했다. 서울로의 출퇴근 비율이 높은 고양시의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매우 만족해하고 있어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버스 정차대를 기존도로에 설치하다 보니, 보수적인 승객수요에 대응한 쉘터와 꼭 필요한 시설만 설치할 수 있도록 최소규모로 설치됐다. 최근 승객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버스정차대를 늘려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더 확장할 경우 도로기능자체를 유지할 수 없어 수용하지 못하고, 일부 버스노선의 정차위치 조정 등으로 혼잡을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지금도 복잡한 곳에 가로수를 식재하겠다는 예산이 올라온 것이다. 최근의 각종 ’녹색정책‘의 일환이고, 도심숲가꾸기 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고양시로서는 지속적인 가로수 심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BRT구간 버스정차대 식재사업은 협소한 구간에 나무를 심어서 시민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것 이외에도, 운전자의 시야를 제약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해 인피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로수 관리를 위한 각종 작업으로 교통혼잡을 가중시킨다. 가로수 식재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에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다.

가로수 식재와 보행자의 보행권이 대치되는 사안은 BRT구간 버스정차대 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보도폭이 1.5m밖에 안 되는 도로구간에 가로수가 식재돼 있는 곳이 매우 많다. 이는 단지 고양시만의 현실은 아닐 것이다. 식재에 1m를 할애하고 나면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폭원은 0.5m밖에 안 남는다. 여기에 자전거까지 통행한다고 하면, 그야말로 곡예술이 필요하다. 보도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다행히 보행자와 교통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설도로나 도시개발사업시행 시에는 도로설계 시 별도의 식수대 폭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기존 도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통안전법‘의 개정으로 도로안전진단제도가 도입됐다. 안전진단 시행 시 인명을 중시하는 안전진단 전문가가 본다면 우리나라 도로는 곳곳에 가로수라는 위험물을 설치해 놓고 있다. 친환경적인 도시환경을 위해서는 지속가능 교통체계로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개편의 기본이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이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방해하는 가로수는 과감히 이식할 필요가 있다.
나무와 사람, 함께 살아야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무를 심자고 주장하는 정책결정자도 역시 나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나무를 심자고 하는 것일 것이다. 목적은 사람이다. 심어야 할 곳이 아직도 많다. 아름답고 이로운 나무를 위험물(Hazard)로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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