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잡초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이외의 것, 그러니까 농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백해무익한 식물을 말한다. 잡초는 작물에 비해 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 작물이 차지할 땅과 공간을 점령해 양분은 물론 통풍과 일광을 차단해 작물이 생장을 방해하는 식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잡초의 개념은 인간들의 입장에서 유해여부와 장소에 따라 신분이 바뀌기도 한다. 경작지에서 자라면 잡초가 되고 골짜기에서 자라면 야생화가 되기도 하며 씨와 유익한 것을 얻기 위해 순화시켜 경작을 하게 되면 잡초에서 곧바로 농작물로 신분이 상승한다. 사실 잡초라는 분류는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유해를 분리해 부를 뿐 생물학적으로는 별도로 구별짓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나름의 생존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은 35만종에 이르고 있으며 인간이 재배하는 식물은 3천여종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식물을 잡초로 무시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잡초가 없다면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도 생각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한다. 잡초는 비가 내릴 때 흙이 흘러내리는 것과 건조한 날에는 바람과 먼지로부터 피해를 막아주고 진흙땅에 튼튼한 뿌리를 뻗어 흙을 갈아주기도 한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어버이날을 즈음해 전국 500만명의 네티즌에게 보낸 대국민 이메일에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을 제거돼야 할 잡초에 비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잡초는 몇 가지의 의미로 불린다. 하나는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정치인을 말하고 또 하나는 모진 탄압을 견뎌내고 좌절하지 않는 생명력 질긴 정치인을 비교할 때 쓰인다. 사람을 잡초에 비교해서 안되겠지만 툭하면 색깔론을 덧칠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들을 오래 전부터 부정적 의미의 잡초로 생각했던 국민들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의적이고 인위적인 잡초제거는 더 큰 혼란만 야기할 뿐이며 결국 정치를 키우고 만들어낸 국민들이 농부의 심정으로 유해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총선결과가 기다려진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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