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삼형제가 중국음식점에 갔다. 첫째사오정:난 짜장면... 둘째사오정:그럼 나는 짜장면... 셋째사오정:어...어쩌지..난 짜장면인데....아저씨~~짬뽕 셋~~” 인터넷에서 읽은 유머의 하나이다.

참새시리즈나 최불암시리즈도 있지만 사오정시리즈는 한동안 엉뚱하고 썰렁한 것으로 웃음을 주었다.

그런데 요즈음 사오정이 다시 뜨고 있단다.

우스갯소리라면 즐겁기라도 하겠는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45세가 정년이라는 의미로 사오정(四五停)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니 씁쓸한 일이다.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30여년의 노후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45세 정년과 2등 노동자

 
45세를 정년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세월이지만,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길이 없다. 청년실업에 시달리다 취업한 기쁨도 잠시, 구조조정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이제는 살았다했는데 45세에 조기퇴직이란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다. 이런 형편에서도 경쟁력을 외치고 노동생산성을 거론하며 땀흘리는 작업을 기대한다면 그거야말로 사오정시리즈에 등록해야 할 유머일 것이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 비정규노동자라고 한다. 비정규노동자는 누구인가? 평범한 노동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2등 노동자'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이다.

경제위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비정규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차별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정규노동자의 절반수준에 가까운 임금,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 20% 내외의 사회보험적용률, 평균근무기간도 채 2년이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한 울타리에서 일을 하더라도 정규노동자와는 식당, 샤워장, 통근버스 등의 사내복지는 물론 작업복조차 철저하게 차별받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때로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을 정규노동자들이 `구사대'로 나서서 충돌하는 경우도 있으니 갈 데까지 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비정규노동자문제가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수준으로 악화되자 노동자단체와 정부, 자본가단체조차 관심을 보이게 됐다. 정규노동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애써 외면했던 노동자단체들은 물론 경영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노동시장이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자본가들도 속셈은 다르겠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처우는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규노동자와 노동조건이 크게 차이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노노갈등(勞勞葛藤)'까지 염려해야할 형편이니 그만큼 노동자들의 삶이 고단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불안정고용 고리끊기 노동자의 몫


하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선언은 언제나 유효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은 어제의 현역노동자를 오늘은 실업자로 만들고, 오늘의 실업자를 내일은 비정규노동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로가 서로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역할까지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투자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버티는 자본가들, 시도때도 없이 경쟁력만 외치는 정부에게 불안정고용 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 정규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바로 내일 정규노동자들이 마주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안정고용의 고리를 끊는 일은 노동자들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이갑영 인천대 교수(본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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