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00만 용인호’를 이끌 선장 후보로 어떤 인물이 낙점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의 현 서정석 시장이 직권 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칫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호시탐탐 고지 점령을 노리는 후보군들이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한나라당 10~12명, 민주당 4~5명, 친박연대 1~2명 등이다. 하지만 대다수 이들 후보군들은 나름대로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데다 그 동안 각종 선거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인물들이어서 시민들과의 스킨십보다는 공천 낙점을 위해 중앙정치권과의 유대관계 강화에 전력하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 정치 신인들은 각종 지역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정당을 막론하고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서 최종 낙점을 받을 인물이 나올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만약 경쟁력 있는 인물이었다면 그 동안의 각종 선거에서 버려지는 카드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현재 거론되는 ‘고만고만한’ 후보보다는 중앙정치권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을 공중투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한나라당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 때문인지 이번 선거 역시 한나라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지닌 서정석(60)현 시장과 이정문(62)전 시장, 박병우(49)민주평통 용인시협의회장 등이 선두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이정기(60)경기도당 부위원장과 김학균(61)스포츠서울 전 사장, 박종구(64)전 용인경찰서장, 우태주(61)전 도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말 그대로 ‘후보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서정석 시장과 이정문 전 시장은 지난 선거부터 정치적 악연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마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서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이 전 시장은 와신상담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각각 친박과 친이 계열이라는 점도 이들의 악연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친박 계열인 서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내친 김에 재선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었지만 ‘기소’라는 암초와 맞딱뜨리면서 공천을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서 시장 측은 하루빨리 무죄 판결을 받아 장애물을 제거한 뒤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설령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다 하더라도 검찰의 항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물론 서 시장은 이런 와중에도 친박 계열 국회의원들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중앙정치권과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선거에서 백의종군해 재선 고지에서 낙마했던 이 전 시장은 6·3 동지회 조직을 챙기며 재선 도전장을 던졌다. 이 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중앙인맥 부족 탓이라 보고 인맥 쌓기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친이계 인사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박병우 민주평통 용인시협의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경제업무를 담당한 금융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연으로 이 대통령과도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친이계 인사들과도 스킨십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지역 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타 후보군들과는 달리 대민 접촉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 민주당
민주당은 일단 경쟁력 있는 후보만 내세운다면 비록 한나라당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깨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이 확인된데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여서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지난 3일 김재일(56)기흥구 지역위원장이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지역 내 후보군은 상당히 압축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출마 포기의 변을 통해 “처인구 우제창 국회의원과 수지구 김종희 위원장, 그리고 평화민주세력과 함께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용인시장 후보를 내세워 소중한 승리를 일궈 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로써 기흥·수지구 지역위원장 ‘양김’이 시장 후보군에서 제외돼 현재 남아 있는 후보는 지역 터줏대감인 김학민(61)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과 김학규(63)전 도의원 정도다. 여기에 박찬욱(61)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송하성(56)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가 공천 경쟁에 가세한 형국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김 전 이사장은 ‘동교동계의 브레인’으로까지 거론되는 등 정통 민주계 인사로 지역은 물론 중앙 인사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9재와 추모문화제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지역 민주인사들의 결속을 강화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출마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안 부재에 빠질 경우 의외의 인물이 ‘링’에 올라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친박연대
지난 3일 중앙당 홍보위원장으로 위촉된 이우현(52)전 용인시의회 의장과 민학기(54)변호사가 ‘대표 선수’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용인시체육회 상임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다져온 지역 내 지지기반을 십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서청원·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공천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민 변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경기도 불자협의회장 등을 지내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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