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안양과천교육청 정지풍 교육장이 이달 28일자로 42년 교직생활을 마감한다.

오직 인성교육과 학력 제고 등 2세 교육에 헌신해 온 정 교육장은 24일 안양과천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학생을 대상으로 ‘노(老)교육장과 함께 하는 과학수업’이라는 아주 특별한 마지막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과학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정 교육장이 정년을 맞아 영재교육원 학생과 함께 하는 과학수업을 통해 영재학생의 미래에 대한 꿈과 과학적 창의성을 심어주고자 마련됐다.
정 교육장은 안양과천교육장으로 재임한 3년 동안 영어테마랜드를 구축하고 생활 속 과학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끝까지 열정을 쏟은 특수치료센터인 ‘행복학교 덕천빌리지’를 개관하는 성과를 이뤄 냈다.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 교육장을 만나 42년 동안 지켜온 교육 현장에 대한 소회와 다시 되짚어 본 우리 교육의 현재를 들어본다.

-42년 교직생활에 대한 소회를 한말씀 부탁드릴까요.
▶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했던가? 42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다. 뒤돌아보니 한 일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아쉬움만 남는다. 42년 교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인재 양성에 대해 큰 뜻을 품었으나 진정으로 인재다운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다만, 아이들의 꿈과 웃음이 있는 곳에 함께 있어 든든했고 희망을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무탈하게 교직을 마감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화성을 기점으로 오랜 평교사 시절을 거쳐 교육전문직의 첫발을 내디뎠던 안양과천교육청에서 교육장으로 퇴장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일 뿐이다.

이제는 조용히 물러나 안양과천교육의 발전을 소망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내 삶의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설계도를 작성할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본 교육이란 무엇인지.
▶‘단 한 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를 인재 채용의 화두로 삼고 있는 국내 유명 재계의 사례처럼 21세기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 시대로 글로벌 세계를 선도하는 인재의 육성이 국가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은 세계의 교육 동향이기도 하며 시대적 요청임에 틀림없다. 단 한 명의 인재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이 요망된다.

-40년 전 교육 현장과 현재의 교육 현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교육 현장의 양적인 변화는 많았으나 질적인 변화는 적었다. 고도화된 첨단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교육 현장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이 현실정치 이념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겠지만 교육은 순수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단에서 마지막 수업 과목이 과학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21세기는 지식기반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들이 과학기술 발전의 씨앗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어려서부터 과학에 흥미가 많았고 대학생 시절 과학반에서 수학했으며 현직에 나와서는 과학작품 전시회에 관심이 많아 많은 작품을 출품하는 기회를 통해 외람되지만 과학교육에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학 졸업논문의 주제가 모듈이론에 대해 연구할 만큼 기초과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마지막 교단을 떠나며 그때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교권 확립과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고견이 있다면.
▶가끔 교권과 학생의 인권 문제가 추락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 이 문제는 물과 기름처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생인권조례가 추진돼 학생 인권 침해를 줄이겠다는 소리가 크다. 교실 현장 속에서 피교육자인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입시교육문화 풍토에서 학생들에게 인권 보호라는 명목의 보호막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엄격하고 존경받는 선생님,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인성함양교육이 아닐까 싶다.

교육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피교육자인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교권이 제대로 서 있을 때 학생의 인권도 보호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 불신의 이유와 공교육에 대한 희망을 찾는다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오랜 가르침조차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뜨거운 감자가 공교육 문제다. 교육계를 향한 불신은 누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학벌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입시교육문화 풍토에서 청소년들에게 인성 함양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교육 열풍에 공교육이 밀려나는 듯한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볼 때 마음이 무척 아프다.
공교육이 살면 사교육은 자연히 사그라진다. 공교육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우리 공교육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학부모는 내 자녀만 생각해 내 아이만 출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단순한 수평적 비교로 우위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1등을 향한 교육보다는 참된 인성의 바탕 위에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뜻을 같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교직을 사랑하고 싶다면 학생을 사랑하라.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하라.
이동화 기자 ahwa21@kihoilbo.co.kr

##미니박스 1=교육 발전에 기여한 활동-마지막 열정을 쏟은 특수치료센터 ‘행복학교 덕천빌리지’

정지풍 교육장은 2006년 안양과천교육청 학무국장을 거쳐 2008년 교육장으로 근무하면서 안양과천교육 발전에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는 낙후 지역의 교육력 회복을 위한 영어테마랜드를 구축했다. 달안초와 관양초, 안양초 3개 거점형 영어체험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학교 간 영어특화 교육벨트를 구성해 계층 간 영어교육기회의 균등을 구현했다.

둘째는 교실 속 과학 찾기 ‘아하! 그렇구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 탐구 능력을 키웠다.

셋째는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은 특수치료 지원이다.

지난 17일 특수치료센터로 특수체험이 가능한 ‘행복학교 덕천빌리지’를 개관하는 결실을 거뒀다. 6억 원의 대응투자 예산을 들여서 개관한 ‘행복학교 덕천빌리지’는 신나게 즐기는 안양과천특수교육의 문화를 형성하는 기틀이 됐다.

‘행복학교 덕천빌리지’는 과학과 미술, 음악, 체육 등의 치료 및 놀이영역은 물론, 진로교육과 직업교육, 지도상담실 등 6칸의 교실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관내뿐만 아니라 군포·의왕 등 안양 주변 특수교육대상자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특수치료센터는 연간 1천여 명의 장애학생이 첨단 전자장비 등을 활용한 교육과 놀이, 장애의 특성에 적합한 치료교육 등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정지풍 교육장 프로필

학력
1966. 2 수원고등학교 졸업
1968. 2 인천교육대학 졸업

경력
1968. 3. 1~1971. 11. 30 경기도화성군교육청 상신초등학교 교사
1971. 12. 1~1989. 8. 31 화산, 정남, 세류, 매탄, 갈천초등학교 교사
1989. 9. 1~1993. 8. 31 서탄, 권선초등학교 교감
1993. 9. 1~1999. 8. 31 평택, 안양교육청 장학사
1999. 9. 1~2004. 2. 29 우만, 능길초등학교 교장
2004. 3. 1~2005. 2. 28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2005. 3. 1~2006. 8. 31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과학교육원 교육연구관
2006. 9. 1~2008. 2. 29 경기도안양과천교육청 학무국장
2008. 3. 1~현재 경기도안양과천교육청 교육장

주요 상훈
1974. 8. 29 제20회 경기도과학전시회/경기도교육감 등 19개의 교육감상
1983. 4. 21 창의적인 과학기술교육에 기여/문교부 장관 등 3개의 장관상
1986. 12. 31 모범공무원 표창/국무총리
1984. 11. 10 제28회 전국현장교육연구 발표대회 푸른기장/대한교육연합회장
2000. 5. 15 헌신적인 사도의 등불/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2010. 2. 28 황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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