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때부터 정치를 그만 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옛 고사성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넘치는 것보다 조금 모자랄 때 그만 하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둘 것 같아서 후회없이 정계를 떠나려고 합니다.”
“마음을 비우니 정말 편안하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 내가 할 일을 다한 것 같아 앞으로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과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네요.”
인천 동구 화평동에서 태어나 인천송현초등학교,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에 입학한 ‘인천 동구 토박이’ 이화용(59)인천동구청장.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동구청장을 2선에 걸쳐 역임하면서 동구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청장이 오는 6·2지방선거에서 당선의 가장 유력함에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청장의 3선 포기와 함께 오는 6·2지방선거 인천동구청장에 누가 당선될지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인천지역 10개 군·구 단체장들이 또 한 번의 선거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유일하게 불출마를 선언한 이 청장에 대한 ‘설마’하는 발언도 나왔지만 이 또한 기정 사실화 됐다.

“이제 정계를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며 전원생활의 향수를 기다리고 있는 이 청장을 만나 봤다.

다음은 이 청장의 일문일답.
-정계를 떠난다고 발표했는데 현재 심정은.
▶편안하다. 원래 재선 도전 때부터 ‘다음은 없다’라고 생각했고 처음에는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한 번으로는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 재선을 하게 됐다.
재선은 구청장 부임 동안 동구를 나름 반석에 올려놓으려는 욕심에 시작했고 이제는 그때가 된 것 같아 미련없이 구청장직을 놓게 돼 마음이 편안하다.

-정계를 떠나게 된 계기는.
▶올해가 양력으로 환갑이다. 앞으로 100년, 200년 산다면 모르겠지만 한 번 더 구청장에 도전한다면 그 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평소 60세가 넘으면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나오는 삶처럼 한번 살고 싶었다. 그 동안 주말이면 구청장에서 물러나 생활터전 아닌 편안한 삶을 구상하기 위해 인천지역의 섬을 다녔다. 원래 화평동 갯가에서 태어나서인지 바다에 대한 향수가 그 동안 가슴속 깊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동구청장직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면.
▶특별한 능력과 특출한 기술이 있어 구청장을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 다른 공직자들의 행보에 비판의식을 가지고 출발했고 그 출발점에서 ‘바르고 깨끗하게’, ‘말 없는 다수 주민의 속마음을 헤아리자’ 등의 일념으로 구청장을 시작했다.
물론 직을 수행하면서 다른 구청장이나 국회의원들을 신경쓰지 않고 구민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구민들이 바라볼 때 얼마만의 성과를 거뒀는지는 구민들이 평가를 해주겠지만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2선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는 노를 저어서 가기도 하지만 물길 따라 흘러가기도 한다. 지방자치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유지권과 재정권인데 이것에 대한 권한이 현 지방자치제에서는 없다.
그렇다 보니 지방자치 단체장은 할 일이 없고 그 제도는 제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재정권을 줘 경찰의 봉급이 차이가 나듯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다. 퇴임 후 몇 달간 쉬면서 차근차근 구상해 볼 생각이다. 그러나 섬에서의 생활은 꼭 하고 싶다.
현재로서는 섬에서 터전을 잡기는 좀 힘들고 어느 기간에는 섬에서 생활하고 또 그 기간이 지나면 인천에 나와 구민들과 가족들과 같이 숨을 쉬고 싶다.
-정계를 떠나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솔직히 아직은 생계를 걱정하면서 살 정도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만의 삶은 산만큼 앞으로는 나와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
물론 평생 일을 하면서 산 사람이 일에서 손을 놓는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작은 소일거리를 하면서 구민들 속에서 생활하고 싶다.

-동구청장 후임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구청을 찾아오는 후보들에게 옆방에 작은 공간을 차려주고 싶다. 그것은 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구정행정 내용을 다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받아들일지는 당사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저 역시 전임 청장의 비서실장, 비서까지 같이 일을 하고 싶을 정도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동구행정에 대한 방식이 있겠지만, 제게 구정 정보가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다 알려줄 용의가 있다.

   
 
-동구발전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중앙에서 행정구역 개편안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이는 동구의 자존심보다 존폐가 달렸다고 본다.
현재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정체성에도 비중과 중요성이 다 다르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언제 이뤄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 우리 삶의 문화와 문명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제는 그 변화한 문화와 문명에 맞게 행정구역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 아직도 우리 인천은 구획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능률적인 대처와 정확한 세금집행이 이뤄지지않고 있다. 인천도 각 군·구 규모의 적정성을 찾아 효율적인 행정이 집행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동구에서는 나를 지지하는 구민들이 나름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 구민들의 성원에 감사한다.
2선 동안 구청장을 한 것도 큰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동구와 인연이 되는 일이라면 최대한 도울 것이다.
앞으로 누가 구청장으로 올지 모르겠지만 동구발전을 위해 차기 구청장과 구민들이 일치단결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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