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For Everyone(모두를 위한 예술)’을 기치로 내건 인천 부평아트센터가 지역밀착형 극장의 롤모델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2일 개관한다.

   
 

그 중심에는 아트센터의 ‘성공적인 안착’에 대한 부담감을 짊어진 조경환(49)관장이 있다. 그는 지난 십수 년간 공연 기획과 극장 운영의 경험을 쌓아온, 시쳇말로 이쪽 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극장·공연 전문가다. 수많은 이들이 부평아트센터의 발걸음에 주목하는 것도 실상 그 선두에 선 조 관장의 경륜과 열정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관을 코앞에 둔 1일 조경환 관장을 만나 그에게서 ‘극장 운영’에 대한 마인드를 들어보고 이를 통해 부평아트센터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봤다.

다음은 조 관장과의 일문일답.
-개관을 앞두고 초조하달까?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한 듯 보입니다. 개관 소감을 한말씀하신다면.
▶아트센터 전체가 지금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긴장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실상은 설레임이 더 큽니다.
무엇보다 극장과 관객의 ‘첫 만남’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죠. 공연이 어렵거나 혹은 감동이 없거나, 또 극장 안에서 불쾌한 기분을 느끼지 않아야 첫 인상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다시 주민들이 아트센터를 찾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배려하는 극장’, ‘문턱이 낮은 극장’, ‘호감가는 극장’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의례적인 질문입니다만, 조 관장이 생각하는 부평아트센터의 지향점 혹은 목표는 무엇인지요.
▶민간극장을 포함, 전국에 모두 637개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은 2000년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것들인데 시설에 반해 이를 채울 소프트웨어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수의 극장들이 기획사가 공급하는, 스타 위주의 공연을 주로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 안에서 예술·사회교육은 물론 자체 제작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등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극장이 결코 엘리트 문화가 아님을,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 나갈 것입니다. 아트센터의 기치인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은 이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부평아트센터가 추구하는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면서도 모두가 즐기는 아트센터’는 운영상의 묘미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지역의 문화소비 수준에 맞게 저렴한 티켓 가격을 책정한다든지, 아트센터만의 공간적 개성을 살려 실내·외에서 커뮤니티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또 시즌별로 다 함께 즐기는 축제를 기획하는 것 등입니다.
시민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문턱 낮은 공간을 구현함과 동시에 대중적인 공연과 더불어 차별화된 아이템과 장르로 고유의 색깔을 갖출 때 비로소 다시 찾고 싶은 매력을 가진 지역의 자부심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것이 부평아트센터가 추구하고 있는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고 세계 유수의 극장들이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극장 운영 사례를 참고하거나 롤모델로 삼은 극장이 있는지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400여 곳 아트센터를 방문해 왔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독일의 공공극장을 모델로 해 아트센터를 만들어 온 일본의 공공극장들입니다. “극장이 사람 만들고 사람이 극장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효고현의 ‘피콜로극장’과 니카타현의 목수가 관장인 ‘고이데고(小出鄕)문화회관’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반대로 극장 건물만 지어놓고 활성화되지 못한 아트센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들 공공극장의 운영상 장점을 가져오려는 노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어떠한 극장이 롤모델이라기보다는 한발 앞서 기획하고 또 실행해 나감으로써 ‘부평아트센터’가 타 극장의 롤모델이 되게끔 노력할 것입니다.
-직원 교육 방식이 독특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트센터는 그 지역의 창조시설이고 따라서 구성들의 열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일반 직장하고는 많이 다르다 할 수 있겠죠. 관객들을 위해 휴일에 일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Y형 직원들이 동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부평아트센터의 직원교육은 ‘내부고객이 즐거워야 외부고객도 즐겁다’는 생각을 전제로 진행됩니다. 배려하는 극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직원들에게 많은 부분이 요구되기 때문에 ‘상황극’ 등 특별한 직원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직원교육을 통해 직원 모두가 창의 개발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끔 노력할 것입니다.
-잠깐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도 얘기하셨는데,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기관들은 넘쳐납니다. 실제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사로잡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세계 각국의 극장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것은 이제 아트센터도 생애학습센터로서의 역할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공민관에서 출발한 집회시설에서 이제는 지역민들에게 깊이 파고드는 문화놀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부평아트센터는 40여 과목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평생교육관의 역할도 착실히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교육 자체가 극장과 관객 소통에 큰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주부·청소년·노인 등 연령을 세분화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부평에 문화를 뿌리내릴 문화예술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일념 하에 다른 아트센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대조명·음향·감독·기획 등의 인재육성아카데미도 선보입니다.
-개관 준비를 위해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랑하고픈 개관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트센터 일원에서 펼쳐지는 ‘거리ya! 놀자’는 지역밀착형 극장을 최대 목표로 하는 부평아트센터의 야심작입니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한 이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10여 팀이 참여해 다채로운 야외극을 선보이게 됩니다. (※3일 예정됐던 페스티벌은 최근 천안함 침몰로 인해 연기됐다) 또 금난새 선생이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도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원래 프로그램에는 없던 ‘드보르작의 신세계’가 포함됐는데 이는 개관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우리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습니다.
모든 공연이 다 특별하지만 같은 공연이라도 우리 극장에서 더 감동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부평구민을 비롯한 인천시민들에게 전하고픈 한마디가 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은 “부평아트센터를 지역민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익보다는 공공성을 중점에 두고 작지만 가치 있는 공연들을 발굴하는 데 애쓰겠습니다. 또 부평아트센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포근함을 느끼고 매 공연 색다른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역의 지지가 극장의 존립과 가치를 높이는 만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조경환 관장 주요 이력>
▶중앙대학교(연극영화학)-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공연영상학)
▶영지 도스(東通) 프로듀서(1989~1994)
▶두산그룹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 극장장(1994~2000)
▶문광부 산하 국립극장 기획팀장(2000~2001)
▶재단법인 과천한마당축제 기획홍보실장(2003~2004)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200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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