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보라는 인물은 양귀비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당나라 6대 임금 현종에게 후궁을 통해 뇌물과 아첨으로 재상의 자리까지 오른 자다.

그는 황제의 의견이나 뜻이라면 맹종해 알랑거리지만 정의론을 내세우는 사람만은 몹시 미워해 어떤 구실을 써서라도 암살해 버리거나 추방해 황제와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가 퇴청해 집에 돌아가 하룻밤을 자면서 무엇인가 생각한 뒤 다음날 등청하면 반드시 누군가가 주살됐다. 이런 음험한 자가 조정의 정권을 쥐고 현종은 양귀비만을 총애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았으니 안사의 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인보의 입에는 꿀을 담고 뱃속에는 칼을 지녔다.”

당시 조정 뿐아니라 백성들도 이인보를 두려워해 떠돈 쑥덕공론이다. 현종은 학문과 글재간이 뛰어나고 정치에 힘을 써 개원의 치를 구가했다. 재위 45년으로 만년에 이르러 정치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게 망국을 자처했다. 사치와 방탕을 밥먹듯하여 국정은 갈수록 혼란스럽고 직언하는 어진 재상 정구령을 내쫓고 간신 이인보를 기용했으니 그동안 쌓은 빛나는 치적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구밀보검이라 하던가. 겉으로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몰아칠 흉측한 생각을 품는자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20년 가까이 집권해온 박정희 군사정권이 궁정동 밀실에서 총성과 함께 막을 내린 것도 심복들의 권력다툼이 부른 화근이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중의 봉기가 노도처럼 번지던 당시 부마사태는 이미 천심으로 정권의 몰락을 예고한 심각한 상황속에서 벌어진 권력자들의 아귀다툼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집권자의 실세로 불리는 가신들이 나라를 패망의 길로 몬 예는 헤아리기 어렵다. 정권의 실세가 되면 `입에는 꿀 뱃속에는 칼'을 품는 이인보의 점철을 밝는 인재등용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인사는 물론 총리 임명도 실은 청와대 누구의 작품이다'는 쑥덕공론은 왜 나오는 걸까. 총리인준이 2번씩 부결되고 전문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느 요직 어느 공기업 임원의 인사를 보는 민초들의 시각은 아무래도 헷갈린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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