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하는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는 MBC 프로덕션이 지난 97년 「꽃을 든 남자」이후 두 번째로 내 놓은 영화다.

「꽃을 든 남자」는 스타 PD 황인뢰와 주찬옥 작가의 작품이면서도 흥행에는 좋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등에서 흥행배우로 인정을 받은 박상면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드라마 「거침없는 사랑」 등에서 다양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송선미, 「유리구두」 등의 TV드라마로 인기를 끈 소지섭 등 스타급 캐스팅에 경기도 화성에 3억5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호화주택 촬영세트, 영화 속 도둑과 집주인이 사용하는 첨단 장비 등의 화려한 볼거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촬영과 조명을 한 사람이 담당하는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화면은 화려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할 만 하고 편집도 매끄러운 편.

영화의 스토리는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사무라이 픽션」의 사이토 히로시가 쓴 소설.

평범한 말단 공무원 상태(박상면)는 식구들에게는 은근히 따돌림 받지만 가족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장이다. 가정교사였던 상태에 반해 결혼한 마리(송선미)는 그에게는 분에 넘치는 예쁜 아내. 발명가인 아버지와 미맹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마리의 취미는 요리. 창의력은 넘치지만 맛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녀가 만든 요리는 주위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 정도다.

한편, 강조(소지섭)는 유능한 게임 프로그래머로 명성을 얻고 있는데다 잘생긴 외모까지 갖고 있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남자다. 유일한 취미는 바로 도둑질. 사는 게 무료하기만 한 그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원하는 물건을 훔쳐내며 스릴과 성취감을 느낀다.

어느날 이런 강조의 레이더에 상태의 집이 잡히고 강조의 다음 목표가 된다. TV리모컨, 냉장고의 초밥, 3만 원 등 사소한 물건들을 하나하나씩 훔쳐가는 강조.

한편, 상태는 자신의 소중한 가정이 누군가에 의해 침범받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하지만, 소심한 상태가 강조를 당해내기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강조에게 계속 당하며 가족들의 멸시를 받던 상태는 무술도 배우고, 집을 요새화하는 등 도둑을 막기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상태는 강조로부터 대형TV를 훔쳐가겠다는 예고를 받는데…

박상면, 송선미 등의 배우들이나 캐릭터들의 답답한 상황이 주는 웃음은 비교적 부담이 없는 편이지만 웃겨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마리가 만드는 엽기적인 음식들이나 상태와 강조가 가지고 있는 첨단의 소품 등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효과음이나 자막은 106분의 상영시간이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며 와이어 액션도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

SBS에서 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임경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테란의 황제'프로게이머 임요환과 「두사부일체」의 윤제균 감독이 특별출연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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