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서울 시내 일대 뒷골목 담벼락에 `선영아 사랑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나중에 모 인터넷 업체가 내건 광고성 현수막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긴 했지만,잠시나마 길가던 행인들은 `선영'이란 여자를 지극히 사모하는 한 남자의 공개 연서(戀書)인 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오는 23일부터 전파를 탈 MBC 16부작 월화드라마「현정아 사랑해」(극본 정유경ㆍ연출 안판석)는 `현정'이란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다.

독립프로덕션 조연출 `현정'(김민선)과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재벌 3세 `범수' (감우성)가 주인공. `또 재벌 아들이야'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여자가 남자의 부와 명성에 일방적으로 편승해 신분상승하는 `신데렐라'식 구도는 아니다.

남보다 100m앞에서 인생을 시작한 재벌 아들이 적극적인 사고를 지닌 한 여성에게 감화돼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와 스스로 힘으로 삶을 개척하게 되는 이야기다.

방송 경력 2년차인 신참내기 현정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게 꿈이다. 다큐멘터리 연출가이자 고교 시절 은사인 상호(허준호)를 속으로 흠모해 왔다.

`이사' 직함을 달고 경영 수업을 받던 범수. 그는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비서인 소영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동행한다. 여기서 첫 대면한 범수와 현정은 서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지만 한편으로는 끌리게 된다.

범수가 시골에서 취직하러 서울로 온 소영의 사촌 오빠로 알고 있던 현정은 나중에 그가 재벌집아들이라는 사실에 당황하지만, 이미 사랑이 깊어진 뒤다.

신분 차도 그렇거니와 현정에 대한 상호의 연정, 범수와 그의 정혼녀 수진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면서 둘 사이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아진다.

영화「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결혼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30대 노총각으로 등장해 뭇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감우성과 SBS「유리구두」에서 독기어린 `악녀'연기를 펼쳐 박수를 받았던 김민선이 호흡을 맞춘다.

한동안 영화「네 발가락」과 뮤지컬「겜블러」에만 전념해온 허준호는 자연 다큐멘터리 작가 `상호'역을 맡았다. 작년 6월초 종영한 「호텔리어」 이후 15개월만에 안방극장 출연이다.

안판석 PD는 "갖가지 역경을 딛고 용감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가고 사랑을 지켜가는 한 청춘 남녀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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