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여기저기서 기계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작업공간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기계에서 칫솔들이 컨베이어벨트처럼 돌아가면 기계 앞에 있는 사람들이 능숙하게 칫솔의 모를 심고 불량품을 검사한다.
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고 눈은 칫솔을 향해 집중하고 있다.
뜨거운 열기 속에 기계와 이들의 손길은 쉴 줄 모른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공정에서도 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순수한 표정이 기자의 긴장해 있는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이들은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지적장애인들이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6동 소재 사회복지법인 ‘손과손’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핸인핸’(원장 장영순·72·여)이 지적장애인들의 직업재활시설이다.
기자가 지난 25일 이곳을 찾았을 때 허름하고 다소 지저분할지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이곳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최신 기계들이 들어서 있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정해진 절차대로 능숙하게 작업을 해 어느 공장과 다를 바 없었다.

이곳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장영순 원장은 “이들은 지적장애인이지만 자신이 맡은 공정을 능숙하고 책임감 있게 감당하며,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다른 기업에서 만든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 오랜 시간 핸인핸과 함께 해 온 장영순 원장

지난 1982년 장 원장은 핸인핸을 찾았다.

이곳은 지금의 직업재활시설이 없었고 커다란 운동장에 장애인 생활시설과 특수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당시 이곳은 보일러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등 시설이 열악했다. 50여 명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생활했고 그 중 20대의 청년들이 10여 명 있었다. 장애인들은 발달장애, 자폐, 행동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생활시설에 시간만 보내기 일쑤였다.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방치된 채로 지냈다.

장 원장은 장애인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10년을 함께 지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무의미하게 노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들도 일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을까 많이 고민했죠.”
그 당시 사람들은 지적장애인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장 원장은 봉투 붙이기, 인형에 눈 붙이기, 쇼핑백 붙이기 등 여러 소일거리를 장애인 20여 명과 함께 했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손 동작 하나하나에 재미를 느꼈고 잘 적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의 대가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장 원장은 인천 남동공단과 서울 방산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장애인들이 만들 수 있는 품목들을 찾아다녔다.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품목을 찾아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죠.”
지난 1996년 품목을 계속 찾던 중 지인의 권유로 칫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업환경과 부가가치를 고려해 볼 때 적절한 사업이라 판단하고 자비를 털어 칫솔 식모기 2대를 들여와 운영했다.

하지만 기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해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 원장은 “2년 동안 계속 적자가 발생했고 그 당시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 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칫솔공장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유준식 상무가 합류하면서 기계를 다시 구매하는 등 재정비를 했고 인천시 지원도 받았다.

지난 1999년에는 직업재활시설로 등록해 지금의 핸인핸까지 온 것이다.

 # 장영순 원장의 든든한 후원자는 딸

문득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장 원장의 모습을 그녀의 가족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궁금했다.
처음 예림원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할 때 많이 지인들과 가족은 그녀의 결정을 만류했다.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원장은 지인과 그녀의 딸을 설득했다.

   
 
“내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하나님이 내게 준 소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결심을 바꿀 수 없었어요. 딸이 어리지만 내 결정에 충분히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녀의 딸은 현재 인천 예림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딸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장 원장은 “처음에는 이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딸은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특수교사로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같은 길을 걷는 딸은 장 원장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동반자다.

 #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의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운 운영 여건에 대해 장 원장은 “기본적인 투자와 장애인들을 교육시키는 전문 인력이 지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낙후된 장비, 전문 인력 부족, 미흡한 유통망, 최저임금 이하의 낮은 봉급 등의 문제에 따른 것이다.

장 원장은 이어 “유통망이 정책적으로 개척돼야 직업재활시설이 활성화돼 장애인 일자리도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핸인핸에서는 노동을 통해 자립해 공동생활가정을 이루는 장애인들이 있다.
공동생활가정은 생활시설에서 탈피해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사와 더불어 가족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사회적·직업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장 원장은 “장애인 일자리 1개가 만들어지면 그 가족구성원이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가진다”며 “혜택만 받던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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