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직 재능대학 호텔관광계열 중국관광전공 부교수

 인천과 상하이 두 도시는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중심도시다. 두 도시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적지 않은 유사점을 가진 듯하다. 항구도시라는 지정학적 유사점은 제쳐두고서라도 역사적으로 이 두 도시는 한국과 중국의 근대화에 의해 개항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도시의 변모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주 닮았다.

          종전과 함께 위기 맞은 두 도시

인천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인해 1883년 개항되면서 청나라와 일본은 물론 러시아나 미국 등의 서구 열강들이 차례차례 이 지역에 영사관을 개설하고 조계지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이들 국가가 자치권을 행사하고 정치와 경제의 발판을 구축하는 사이에 인천의 근대화도 함께 진행되었다.
상하이 또한 ‘중국 근대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상하이는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 패배로 인해 체결된 난징조약 결과 1843년 개항된 중국의 5개 대외 무역항 중 한 곳이다. 개항 후 영국과 미국 등 서방 열강들의 조계지가 설치되면서 ‘동양의 파리’로 발전했다.
그러나 두 도시는 1945년 세계 제2차 대전의 종전과 함께 위기에 직면했다. 인천은 남북한의 냉전으로 한반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상하이 또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도입으로 영광의 어둠을 넘어 침체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역사가 토인비의 말처럼 영광의 역사가 다시 찾아 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의 와해 및 동·서독 통일 등 기존의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두 도시는 다시 제2의 개항기를 맞는다.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해 두 도시는 의욕적으로 도시발전 청사진을 제시한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그리고 송도신도시 3각축을 잇는 트라이포트 개발론에 이어 송도와 청라, 그리고 영종 지역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개발을 통해 동북아의 허브도시로 우뚝 서길 염원해 왔다. 더불어 상하이 또한 옛 영광의 재현을 위해 황포강 서역지역(포동지구)의 대개발로 대표되는 도시 리모델링을 통해 상전벽해란 신화창조를 꿈꾸어 왔다. 
이처럼 한때는 두 도시 모두 동북아의 허브도시, 더 나아가 글로벌 중심도시로 발전할 것을 기약해 왔지만 약 20년이 지난 오늘날 두 도시 성적표는 비교하기가 초라해 보인다.
상하이는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개발 의지와 지원으로 일약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와 예술의 중심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5월 1일부터 개최되고 있는 경제와 문화 올림픽인 상하이 엑스포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역대 최다인 192개국과 52개 국제기구, 18개 기업관, 50개 도시관이 참여하면서 규모면으로는 이미 역대 최대의 엑스포가 되었다. 각국과 기업들은 30여 년간 지속된 개혁·개방의 결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자국 관광과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해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개막 후 현재까지 이미 방문객이 2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내용적으로도  성공은 시간문제 같아 보인다.

              상하이와 달리 정체된 인천 도시발전

반면 인천의 도시 발전은 계획과 달리 많이 정체되어 보여 무척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외자유치를 통한 국제도시로 발전한다는 지정 목적과 달리 여러 가지 문제로 삐거덕거리는 것 같아 아쉽다. 심기일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침 새로운 시장이 새로운 시정을 구상하고 집행하는 출발점에서 우리 인천이 상하이와 같이 나란히 동북아의 허브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가의 노력과 지혜를 기대해본다.

상하이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에 축하를 보내며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우리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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