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갑영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D군!
무더운 날씨지만 굳건하게 도서관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건강에 유의하기 바라며 잠 못 드는 여름밤을 위해 좋은 방법을 한 가지 알려 주겠습니다. 바로 마르크스가 쓴 『자본』이라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을 펼치고 나서 5분 안에 잠이 오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니 병원을 찾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책을 펼치는 순간 ‘은, 는, 이, 가’ 등의 조사를 빼놓고는 별로 아는 단어가 없으니 효과가 빠릅니다. 더구나 책의 두께가 베고 자기에 알맞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자본』을 읽기 바랍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가 어떤 사회인지 밝혀준 유일한(?) 책이니 말입니다.

그 책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모순이 많은 사회일 뿐만 아니라 과도기 사회라고 밝혔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 본성에 어울리고 조화롭기 때문에 영원한 사회라고 믿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하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영원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가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갈 길이 다르고 할 일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도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마치 완성된 것으로 또는 고정된 것으로 보는 방법과 모든 사물이나 제도 등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생성·발전·소멸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차이가 많습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사과를 하나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쟁반에 담겨 있는 사과를 설명해야 한다면, 색은 빨갛고 달콤한 맛이 있고 모양은 둥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배와 비교하면서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묘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에 ‘변화’라는 개념을 대입하면 달라집니다. 하나의 사과는 풋사과이기 전에, 꽃이기 전에, 그것은 꽃봉오리였습니다. 또한 잘 익은 사과는 언제나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있지 않는데, 사과가 땅에 떨어져 적당한 온도와 수분이 있다면 그 사과는 새로운 사과나무로 자랄 것입니다. 사과를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에 투영시키는 것입니다.

D군!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의 겉모습만 보면 빈부격차도 있고, 독점기업도 있고, 실업자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회를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변화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거나 역사를 통해 바라보면 자본주의가 언제나 그것 자체로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주의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 같은 자본주의도 영원한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됩니다. 빨간 사과처럼 자본주의도 과거에서 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이행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낡은 사회는 새로운 사회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본주의는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주의가 아무리 모순이 가득하고 착취와 억압·불평등이 넘쳐나는 사회라 하더라도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사회관계에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것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사과가 새로운 사과나무로 자라기 위해서는 땅과 적당한 온도·수분이라는 요소가 필요했듯이 자본주의가 새로운 사회로 바뀌는 데도 절대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낡은 사회를 바꾸려는 의지와 행동입니다. 우리가 오늘 노력하는 만큼만 내일의 사회가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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