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2.7g 공의 마술. 좁은 직사각형에서 박빙의 승부를 가리는 탁구. 강력한 회전을 머금은 공의 방향과 회전각도를 감안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내야 하는 경기 특성상 탁구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운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짜릿한 탁구 한판은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인천시청공무원 탁구동호회는 탁구사랑으로 똘똘 뭉친 곳이다.

회원들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구분 없이 틈만 나면 시청 지하에 설치된 탁구장으로 달려가 ‘탁구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다. 동호회 이름도 타칭·자칭 ‘인공탁사모(인천공무원탁구사랑모임)’다.

인공탁사모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지난 1995년 탁구를 좋아하는 공무원 몇 명이 만든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현재는 회원 수만 190여 명에 이른다. 실력은 제각각이지만 탁구를 통해 하나된 만큼 탁구에 대한 열정은 한결같다.

탁구가 좋아 모인 모임인 만큼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2.7g의 공을 손에 쥔 순간만큼은 과장님도 계장님도 ‘형’이 된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공을 받아치기 위해 집중력과 순발력은 필수다. 덕분에 20~30분만 치면 땀으로 온몸이 젖을 정도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 맛(?)에 탁구를 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강력한 스매싱 한 방이면 업무 중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탁구 예찬가들로 모인 만큼 탁구와 얽힌 사연도 다양하다.

김백호 씨는 1998년 위암을 선고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이에 김 씨는 병을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매일 퇴근이 무섭게 탁구장으로 달려가 회원들과 탁구를 쳤고, 휴일이면 동네 탁구장에서 하루 6~7시간씩 탁구채를 잡기도 했다. 그러길 10여 년. 주변 사람들도 놀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병원에서도 완쾌라고 했다.

취미를 넘어 탁구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회원도 있다.

최규훈 씨는 탁구를 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탁구에 대해 이론적인 공부까지 겸해 지난 6월 국제심판자격증까지 따냈다. 최 씨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자원봉사자로도 지원해 경기장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한 “탁구는 가장 정직한 운동입니다. 상대방의 바로 코앞에서 서브부터 공을 받아치는 동작까지 모두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는 최계철 부회장의 탁구사랑은 대단하다.

인공탁사모 회원들의 탁구사랑은 탁구장 한쪽에 진열된 각종 상패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5년부터 3년 연속 우승하는 등 ‘전국시·도공무원체육대회’, ‘인천시장배 공무원탁구대회’ 등 지역이든 전국이든 시합에 나가면 우승컵을 들고 오면서 아마추어 탁구계를 평정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회원들의 체계적인 연습을 위해 매일 저녁시간 전문강사를 초청해 레슨을 받고 있다.

인공탁사모 회원들은 오는 15일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경기장을 찾기로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힘을 불어넣어 주고, 또 프로 선수들의 기술도 한 수 배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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