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직 재능대학 호텔관광계열 중국관광전공 교수

 지난 3월 인천 앞바다를 순찰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침몰되어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구조되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 사건의 원인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나 결론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 성명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천안함이 외부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지만 그 공격 주체가 북한이라는 점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한편 우리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해 격침된 것으로 결론지어면서 현 정부 출범 후 지속된 남북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 합동훈련으로 맞섰다. 지난 7월 25~28일 나흘 동안 동해상에서 펼쳐진 한·미 연합훈련은 미 해군 7함대의 핵심 전력인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핵잠수함, F-22 전투기 등 막강한 전력을 동원해 북한과 중국의 코 앞에서 시위했다.
비록 이러한 조치가 북한의 추가 군사적 도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경고라는 우리 정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북한 또한 한·미 연합훈련 하루 전인 7월 24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을 거론하는 등 최근 남북한의 긴장관계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더불어 중국 정부의 입장 표명 변화도 최근 들어 심상찮아 보인다. 천안함 사건 발생 초기만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 국민들도 꽃다운 청춘이 안타깝게 사라져간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슬픔과 연민의 정을 표하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이로 인해 한미동맹이 강조되고, 특히 중국의 안방격인 한반도 서해와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것을 보면서 갈수록 그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최근 중국 언론 매체의 반응을 보면 그 정도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중국 해군은 한미 연합훈련이 중국 위협용이라고 인식하고 한미 연합훈련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중국의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 내 한반도 정책 총괄 책임자인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1일 우리나라 국회의원 방중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중국은 그 동안 북한을 상대로 설득해 왔는데, 만일 미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하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중국 인민들을 상대로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미 군사훈련으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도 한다.

심지어 최근 일본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菅 直人) 총리가 사죄 내용이 담긴 담화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과거 지배에 대해 한국에만 사죄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사죄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러한 원인으로 미국의 주도하에 일본은 한국에만 사과하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음모설까지도 제기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은 천안함 사태 후의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 현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나 한중 관계가 심각한 위기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내가 중국을 방문할 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펼치는 한미동맹 위주의 일방주의 외교 방식에 대해 중국인들의 우려를 자주 접하면서 최근 이란 제재 딜레마에서 보듯이 한중 양국의 수교 후 쌓아온 친선의 만리장성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심히 우려가 된다. 최근 개각으로 집권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이러한 난관을 돌파해 남북관계 개선과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