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 경인여대 부동산경영과 교수

 기존의 과부하에 걸린 부동산 과열이 생존의 법칙에 따라 자연 진화(鎭火)의 길을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요요현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부동산 과열의 담금질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정책, 우리 사회에서 교육정책만큼이나 변화무쌍해 전 국민을 항상 민감하게 만드는 부문이다. 이러한 풍토의 반영으로 우리 사회를 ‘부동산 공화국’이라 부를 정도다. 이에 평생 살 만한 집을 장만하기 위한 서민들의 노력은 부동산 공화국의 울고 웃기는 정책에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역대 정부 오류 답습하는 현 정부

최근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국지적인 주택가격의 하락, 거래의 위축, 미분양 아파트의 적체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강자에게는 침체기요, 시장기구로부터 소외된 부동산 약자의 입장에선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다가오는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침체, 정상화 과정은 기존의 부동산에 대한 관념들을 크게 흔들고 있다. 부동산 과열의 일등공신이었던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사회ㆍ심리적 요인의 확산과 함께 그 ‘불패’의 효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즈음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필연의 산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엄밀히 따져보면, 경기조절수단이라는 정부의 냉온탕식 부동산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대 정부는 경기침체기에 건설경기부양책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꾀했고 경기과열기에는 부동산 규제강화 및 세금혜택 축소 등 부동산시장을 단기적 경기조절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현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주택가격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정책을 롤러코스터의 묘기대행진을 보여주는 시장상황의 개선을 위한 주요 도구로 오용하고 있다. 2008년 6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참여정부에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거래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종부세, 취·등록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과열되자, 2009년 7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강화, 9월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10월 DTI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4월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실적이 미흡해지자 거래 활성화를 위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기존주택구입자금으로 대출해주고,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DTI를 초과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나 회복의 기미가 없자, ‘빚내서 집사기’ 조장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8·29대책’을 발표했다.

8·29대책은 가라앉는, 아니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과열의 불패신화, 부동산시장을 투기억제의 빗장을 풀고 더욱 인위적 투기장으로 조성하고 있다. DTI 적용 규모는 내년 3월까지 폐지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은 2년간 연장하며, 취·등록세 감면혜택은 1년 연장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당장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가 증가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거래입주 불편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 효과보다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주택가격 거품 제거시기를 지연시키며, 부동산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 맞춘 정책이어야

결과적으로 부동산정책의 주 목적은 가진 자들의 부의 축적수단, 단기적 건설경기 부양책 등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의 기본적 삶의 보장인 주거안정과 지가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소진되고 있는 이 때, 집이란 주거의 개념이 우선이라고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도하고, 그를 바탕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채택ㆍ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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