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2010년 9월 17일 경기도의회는 제253회 정례회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77명 가운데 찬성 68명, 반대 3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되었다. 이 조례의 제정으로 인해 조례 공포일로부터 6개월 안에 경기도 초·중·고 학생 182만 명에 대한 학생 생활 규정을 바꿔 시행해야 한다.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안은 전국에서 처음 제정되었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문제는 우리나라가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가입해 국가 의무이행보고서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줄곧 논의가 된 문제다. 학생을 인격의 주체로 보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기본권을 충실하게 보장해야 하므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의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오던 체벌 등 폭력문화에 대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해 왔던 터다.

즉, 유엔에서 보면, 한국의 가정과 학교에서 훈육과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체벌이 장차 그 사회와 가정을 이끌어 갈 인격체를 만들어 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내면의 상처만을 주어 결과적으로는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엔의 지적과 체벌 금지 제도의 도입 권유에 대해 한국의 일부 교육자와 가정에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이유로 유엔의 체벌금지 권고에 대해 반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면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시킬 수 없다는 극단적인 반론마저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국가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포함한 학생인권조례가 지방인 경기도의회에서 제정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국제적 기준으로 학생인권 보장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 경기도의 이러한 자율적인 학생인권확립 운동이 앞으로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깊은 관심을 몰고 오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의 체벌 문제는 우리 사회의 폭력문화의 하나로서 그 뿌리가 너무 깊고 그 폐해가 너무 크다. 학교에서의 폭력 문제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생 간의 폭력,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폭력, 교사의 학부모에 대한 폭력, 심지어 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력으로 확산되어 있다. 학교에서 폭력을 경험하고 학습한 학생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더욱 센 병역 폭력을 체험하고 학습하고, 군에서 제대를 한 사람들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뒤에는 가정폭력을 자행한다.

이런 폭력문화는 대화와 타협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일방적인 힘에 의지해 온 우리 사회의 폭력문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즉,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보다는 상대방을 폭력으로 제압해 나의 이익을 챙기고 나의 입장을 강요하려는 폭력문화가 학교·가정·사회·회사 등에 너무나 폭넓게 확산되어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교내폭력, 군대 내의 폭력, 각종 폭력사건사고 등 우리가 너무 쉽게 듣고 목격할 수 있는 것이 만연된 폭력문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만연한 폭력문화를 근절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가정과 학교라고 생각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아는 민주적 교육을 경험하도록 하되, 체벌을 포함한 일체의 폭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에서는 그 어떠한 이유라도 학생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의 행사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 학교 규정을 어기며 교육에 잘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 체벌이 마지막 남은 교육방법이라는 식의 과학적 근거가 전혀없는 맹목적인 체벌의지 발상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의 수가 9만5천323명이고 그 숫자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체벌까지 동원한 학교 교육에도 왜 이런 슬픈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체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일부 교사나 학부모들이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학생도 기본적인 인권에서는 성인과 차별되거나 구별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학교와 가정이 힘을 합쳐, 학교가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가고 싶어하는 따뜻한 또 하나의 가정이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한다면 학교부적응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생길 수 없을 것인다. 학교가 또 하나의 가정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체벌과 같은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인 훈육방법은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보면서, 우리 인천시도 시민의 의지를 모아 조속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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