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녀 정경부
 4년 전쯤인가 정식 발령 전 아주 잠깐 시청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즈음 많은 도시개발이 계획되거나 추진됐고, 개발에 반대하거나 보상과 관련된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아마도 쌀쌀한 기운이 막 가신 봄날의 저녁이었던 듯 싶다. 열 명 안팎의 민원인이 시장실 앞에서 안상수 인천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사전약속 없이 들이닥친 시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공무원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져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고 보던 중 그 후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광경을 목격했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직원들이 주민들을 빙 둘러싸고 주위를 끄는 사이 안 시장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열 명에 가까운 주민들 누구하나 시장이 유유히 시장실 앞을 지나 1층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한 웃기는 상황을 말이다. 
시장의 성공적인 탈출(?)을 바라보는 느낌은 한마디로 ‘뜨악’ 그 자체였다. 물론 강경한 민원의 경우에 대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는 것과 예민해져 있는 시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잠시 잠깐 민원인의 눈을 벗어나면 된다는  시장의 모습은 충격으로 남았다. 그리고 마음을 불편케 한 기분의 정체가 배신감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송영길 시장이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나섰다. 시장이 괜히 쓸데없는 일은 한다는 이도 있고 저게 과연 성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또 인터넷으로 시장과의 만남을 신청한 모든 민원인이 시장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송 시장이 ‘시민과의 대화’를 처음 시작한 27일, 뚜렷한 성과 또는 민원인이 만족할 만한 답변이 없더라도 자리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 말미 ‘개인민원 외에 단체민원은 없었느냐’는 송 시장의 물음에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시장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민원인들 대다수도 사안의 직접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시장과 함께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것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야 몸 고달프고 머리가 지끈거릴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일반 민원인을 만나는데 주저함이 없는 시장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싶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