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의원 배상만
 지난달 10월 중순, 인천교육청이 주최한 ‘제3회 장애학생 취업정보 엑스포’를 참관했다. 대회장에서 ‘지적장애 1급인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다 갔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애학생 부모를 만났다. 이제 내년이면 졸업인데 우리 아이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며. 장애학생들에게 학교졸업은 사회로 가는 축복이 아니라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눈물과 아픔으로의 복귀라는 것이었다. 시인처럼 순수한 학생들의 눈빛과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몸짓, 수심어린 부모님의 얼굴이 내내 가슴을 저며 왔다.

2008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총인구의 4.4%인 213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제 장애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가 됐다.

장애를 사회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메어슨(Meyerson)은 ‘장애란 한 개인에게 객관적인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관에 의해 상대적으로 규정되어 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장애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리하게 부여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대다수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규준을 정상이라 하고 표준에서 벗어날수록 이상으로 보는 관습이 있다.
장애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째, 장애인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 또는 나의 문제라고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장애 그 자체가 언제 어느 곳에서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가 예측 불가능한 잠재적 장애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아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둘째,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위험부담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 장애는 장애인 본인의 책임보다는, 사회 병리적 구조 때문에 초래되는 결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장애라는 문제는 사회적 문제요, 국가적 공적 책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인간은 어느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완전한 인간이 있을 수 없고 동시에 하나에어 열까지 모두 불완전한 인간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어느 한 단면에서는 장애자요, 문제를 가진 불완전한 존재임을 자각하면서, 차별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넷째, 장애는 사회환경개선에 의해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다수자인 정상 집단에 의해서만 모든 가치규범이 획일적으로 정해지고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사회에서는 이 표준에 도달할 수 없는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은 모두 장애 또는 이상이라는 범주로 추락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 비장애 집단에만 맞는 획일적인 틀보다는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보편적 설계에 기초한 장애인편의시설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교육적, 사회적 지원을 마련해 사회통합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장애인은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신께서 의미를 가지고 꿈꾸며 창조한 피조물인 것이다. 원만하게 평형을 이루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였던 것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 모든 이의 불편함과 아픔을 대신해준 수호천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개인에게 운명 지워진다. 본인 희망이나 과실에 관련 없이 개인에게 부여된 장애는 일생동안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무거운 짐과 아픔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아픔을 극복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재구조화 하는 일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한 국가와 사회의 책무요, 나를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의무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다. 장애는 나를 비롯한 또 다른 우리 모두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장애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 세계에서는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과 동반의 관계에서는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력과 동반의 틀 속에서 공동의 선을 창출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도 아무 잘못 없는 사회의 수호천사가 무거운 짐을 지고 걷고 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신해서 어려움을 인내하며 사회의 정상성과 신성을 지켜주는 우리 사회의 수호천사 장애인들의 앞날에 사랑과 희망이 묻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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