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웅 경기도포천교육지원청 교육장/ 교육학박사
 시험이란 항상 피시험자에게 정신적 부담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이라면 시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푸념도 되뇌이는 것이 학창시절의 기억이다. 오죽하면 시험공포증이라는 용어도 등장하게끔 되었을까?
시험공포증이란 일종의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의 하나로 정신과에서는 실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도 막상 시험을 볼 때 생각이 나지 않거나 지나친 긴장감으로 인해 아는 문제를 틀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많이 나타나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때나 공연을 할 때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험공포증은 긴장감으로 인한 교감신경의 지나친 활성화로 나타나게 되며 심박동 수의 증가와 잦은 소변, 그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는 시험지를 받았을 때 심할 경우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과도한 긴장감은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많은 상관이 있는 것이다.

우리 포천 지역에서 처음 치러지는 대학수능시험을 접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하였다. 우선 시험장에 들어서서 느낀 감정이지만 학생들의 얼굴에 명랑함이 감도는 것이다. 이는 타 지역으로 시험장을 옮겨 치를 때의 어색함이나 긴장감이 많이 덜해 간다는 증거여서 여간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다.
포천의 경우 철원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지금까지 의정부 시험장을 이용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승용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서 다시 모여 대절한 관광버스를 이용해 시험장에 갔던 것이다.

필자의 경우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대학입학 예비고사(지금의 수능)를 치르기 위해 의정부 시험장이 없어 인천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 당일에는 참가할 수 없어서 전날 인천에 도착해 여관을 전전하던 기억도 새롭다.

이는 도시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공부하지 않던 타지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그만큼 긴장감을 더해 주는 것이요, 이는 시험 성적의 부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교육학자는 수능시험장의 분위기에 따라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특히 여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지역에서 시험을 보게 해 준 정책 입안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추측하건대 우리 포천 지역에서 대학수능을 치른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최소한 +10 이상의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제는 이렇게 상대적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까지 수능시험장을 늘린 배경의 인간중심적 사고가 바탕이 됐다 생각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우리 포천 지역은 지역 주민들과 각종 봉사단체 그리고 시청과 경찰서 등 모든 관계자들이 처음 치르는 수능시험장을 대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흔적을 보면서 그들에게 끝없는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국도변의 시험장에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 소리가 날까봐서 전날부터 경찰병력과 모범운전자회를 동원해 노심초사하던 경찰 관계자들과 새벽부터 시험장을 돌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시청 관계자들, 시청의 과장급 이상 전 직원들이 동원된 협조체제는 우리 지역에서 처음 치러지는 수능에 대한 기대감과 지역 학생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학교와 지역민이 함께 한 이번 수능시험의 결과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추운 날씨에 타지 시험장을 찾아야 했던 지난날들을 거울삼아 시험 대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형성에 수고해 준 여러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는 바이다.

시험공포증에 걸리는 학생은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공부를 너무 못해서 시험공포증에 걸리는 경우가 있으며, 두 번째는 공부는 잘하는데 성적에 대한 지나친 불안 때문에 시험공포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수능과 같은 경우는 익숙지 못한 시험장소에 대한 공포를 들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이들도 강박감에 의해 시험을 그르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험에 공포증을 갖고 황금 같은 학창시절을 어둡게 지나는 학생들도 있다. 시험날이 가까워 올수록 공부가 더 안 되고 주의 집중도 안 되며 시험지만 받으면 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텅 빈 것 같고 시험 때만 되면 몸이 아픈 경우가 그 예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시험에 대한 꿈을 꾸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학생시절에 시험은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수능시험장의 경기도 전 지역으로의 확대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관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시험장의 확대보다는 축소가 더 리스크가 적게 들 것이다. 이를 감내하고 용기를 갖고 관리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시험불안감을 제거해 준다는 입장에서 이번의 수능시험장의 확대와 이의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 보다 많은 발상적 전환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이 가기를 당부하고 싶은 것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시험공부는 확실히 괴로운 싸움이다. 그러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자들만이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 자격이 있는 것이다.

시험이 없는 세상은 참 좋은 세상일지는 모르지만 인간사회에서 경쟁이 있는 한 시험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의무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수능시험장의 확대와 같은 교육 대상자 중심의 사고가 날로 확대되고 이러한 인본주의 정책 가운데 미래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본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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