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상만 인천광역시의원
 끔찍한 악몽의 연평도 포격만행이 발발한 지 3주가 흘렀다. 함대는 떠나고 바다는 남았다. 포격으로 폐허가 된 섬마을이 주인을 잃고 겨울바람을 맞으며 신음하고 있다. 둥지를 잃고 부서진 마음들이 연락선 고동 소리에 눈앞이 흐려지고 목이 메인다. 만행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결운구 앞에 경례를 하며 오열하던 팔순 노해병(老海兵)의 얼굴엔 아직도 통한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도 분루를 삼키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문명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를 통해 한 나라의 운명은 물질적 여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정신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국민이 가진 정신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집트사·페르시아사·로마사·몽골사 등 세계 문명사를 들여다볼 때 이러한 통찰력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작금의 북한은 천안함 폭침,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도발을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통일전선전술이 계속되면서 남한사회를 교란시키며 우리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왜곡·편향된 대북관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6·15공동선언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온 각종 통일관은 ‘남남갈등’을 유발해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6·15공동선언 이후 안보교육에 해당하는 통일교육이 ‘안보없는 통일교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초래되고 있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북한의 도발위협이 높아 가는 상황에서 안보교육은 정신적·심리적·무형적 토대로서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먼저 국가 안보에 대한 계기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교총이 연평도 포격만행 직후 서울시 초·중·고교생 1천24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43%) 이상이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도발인 줄을 모르거나 남한의 군사훈련 때문에 벌어진 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폭침의 원인에 대해서도 북의 소행임을 잘 모르는 학생이 36%에 달한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26%가 북의 남침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실종된 우리의 안보계기교육의 실상을 극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둘째, 북한의 실상을 올바르게 알려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통일부가 간행하고 있는 안보교재라 할 수 있는 ‘북한이해’(2008)에는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시작으로 통치이념에서 교육과 문화예술, 주민생활 등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김정일 시대 통치의 핵인 ‘선군정치’와 특히 그 기능과 폐해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없으며, 대남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정리하고 있으나 정작 남한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간과돼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 더불어 명확한 안보교육지침에 따른 안보교육 교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셋째, 안보교육은 애국심 함양 교육, 역사교육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애국심 고취에 의거한 가치관과 국가관 정립은 국가 정체성 확보 및 국가 통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국가의 유지와 존속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프랑스의 경우 호국영령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기억하도록 유도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기억의 정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 추모 및 군장병에 대한 보상 및 예우 등 국가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함대사령부에서 실시하던 서해교전 추모식을 올해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격상한 것은 의미가 새롭다. 국난 극복의 역사교육을 통해 역사적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은 애국심 함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난극복사에 있어 대표적인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활동상을 담은 자료를 개발, 안보교육 교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안보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나 시민사회 모두 안보교육을 중시해야 하며 안보교육 주체 간, 즉 정부, 정규학교 교육기관, 공공 및 시민단체의 교육기관 등이 서로 간에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교육 주체 간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종합 네트워크화해 각 주체의 특화된 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 방법 및 교육 콘텐츠를 자유롭게 교환하면 안보교육을 크게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효율적인 안보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수법을 개발·적용해야 한다. 안보교육 효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실천을 수반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학생들의 정서·인지·행동을 통합하는 교육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아울러 안보교육이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의 자발적 행동을 유발하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특성과 시대 상황을 십분 고려한 체험학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철저한 안보교육은 주변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강한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국가 안보에 대한 의식도 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의 국가 안보를 다지고 국방태세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야 한다. 정부와 국민은 작금의 우리나라 안보 상황을 뜨겁게 보고 차갑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것만이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고 한반도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요, 오열하던 노병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길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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