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성 동백고등학교 교장
  지난 10월 ‘2010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소개된 150개 학교의 우수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들 우수 학교가 갖고 있는 교육활동에서 우리 공교육의 희망을 충분히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박람회 기간 내내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방문객들을 통해 ‘좋은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우수 교육 프로그램의 주제는 ‘학교 다양화’, ‘학교 수업 내실화’, ‘학교 특색 살리기’, ‘우리 고장 학교’ 등으로 다양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5개 학교가 참가했다.

학교교육의 자율화·다양화 정책은 1995년 5·31 교육개혁 조치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세계화 추세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지속적으로 학교 자율화·다양화가 추진되었으며, 현 정부 들어 종전의 각종 규제를 해제한 1·2·3단계 자율화 조치가 연차적으로 시행되었다.
‘학교 자율화·다양화’ 정책은 학교가 자율성과 책무성을 갖고 지역사회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 동안 지적되어 온 고교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본다. 고교평준화가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관점에서 각종 특목고와 특성화고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 이들 학교의 일부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대학 진학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은 더욱 침체되어 이른바 공교육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의 자율화·다양화 정책은 학교교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련의 교육정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위학교의 학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단위학교의 실질적인 자율화·다양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 급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들이 시행되어야 하고, 아울러 이것들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착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본래적 기능과 목적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는 사람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교육의 가치를 본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현실적·경제적 가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일 것이다. 전자는 교육이 개인의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후자는 오늘과 같은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의 가치를 강조한 관점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후자에 더 큰 비중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특히 학부모들의 대학 입시 학력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학부모들의 태도만을 나무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통념과 각종 시스템들이 학벌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학벌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번 교육박람회에 참가한 우수 학교들의 다양한 좋은 프로그램들은 전시용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말대로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톱클래스로 대접받을 수 있고, 간판보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은 학벌 지상주의를 벗어 버리지 못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학벌 지상주의를 버리고 고등학교만 나와도 잘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학부모들의 근시안적인 자녀교육관과 너도 나도 모두 대학만 가려 하는 학력 인플레 현상도 바로잡아지게 되고, 입시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문화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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