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학생 체벌 문제다. 체벌이란 부모나 교사가 자녀나
▲ 인천귤현초등학교 교장 김정제
학생에게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행하여지는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바른 방향으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만 학생의 체벌을 허용하고 있거나 아예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등의 일부 선진국에서는 일부 허용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바른 방향으로 행동의 변화가 불가한 경우 특별한 대안이 없기에 체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체벌은 인권침해라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벌에 대한 논란이나 찬반 양론의 와중에서 어느 한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전에 우리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체벌 금지 주장이나 필요하다는 주장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교육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벌에 대한 찬반 논란에 앞서 정말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무엇인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섯 명의 자식을 둔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아들이 유독 병약하고 총명하지도 못해 형제들 속에서조차 주눅이 들어있는 아들이 아버지는 늘 가슴 아팠다. 어느 날 아버지는 다섯 그루의 나무를 사 왔다. 그리고 다섯 명의 자식들에게 한 그루씩 나누어 주며 1년 동안 나무를 가장 잘 키운 자식에게는 원하는 것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약속한 1년이 지나자 아버지는 자식들을 데리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으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독 한 그루의 나무가 다른 나무들에 비해 키도 크고 잎도 무성하게 잘 자라 있었다. 그 나무는 바로 아버지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였던 그 아들의 나무였던 것이다.
약속대로 아버지는 아들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고, 예상대로 이 아들은 자기가 딱히 무엇을 요구하여야 할지조차 말하지도 못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 아들을 향해 큰 소리로 “이렇게 나무를 잘 키운 것을 보니 분명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것이며, 그리 될 수 있도록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모두 앞에서 공표(公表)했다.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명분있는 지지와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이 아들은 성취감이 고조되어 장차 식물학자가 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벅찬 감동으로 밤을 지낸 아들은, 잘 자라준 나무가 너무 고맙고 신통해 새벽 일찍 숲으로 갔다. 어스름한 새벽 안개 속에서 그의 나무 주변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느껴졌고, 곧 물조리개를 들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의 두 눈에 보였다.
훗날 그 아들은 비록 훌륭한 식물학자는 되지 못하였지만, 미국 국민들의 가장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은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바로 미국 최초로 4선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부모는 물론, 국가와 사회가 똑똑한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경쟁의식과 함께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면을 들추어 내어 지적하거나 없애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빚어진 교육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체벌인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압력이나 고통 등 보다 강한 신체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부족하고 병약한 자식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건강하고 영특한 자식은 관심과 사랑이 적어도 잘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병약하고 부족한 자식은 더욱 특별한 관심과 보호를 필요로 하고, 사랑과 격려를 받아야 잘 자랄 수 있게 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른 학생들보다 부족하면 또래 아이들이 상대하기를 꺼려 하게 되고 자칫하면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따돌림 당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무언가 부족하거나 미흡한 경우가 많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이다. 부족하고 미흡함 등의 부정적인 면을 없애기 위한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의욕을 북돋아 주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는 것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해 효과적으로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어쩌면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부족함 투성이인 불완전한 존재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것이 계속적인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부족함이란 미워하고 배척할 요소가 아니라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요소일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뒤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기억하면서, 체벌에 대한 찬반 논란에 앞서 부족하고 미흡한 학생들과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교육이 되기를, 그리하여 제2·제3의 루즈벨트를 길러내는 교육풍토가 정착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새해 교육활동을 준비하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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