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1주년을 맞은 작가 박완서 씨가 지난 22일 오전 6시 17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치료를 해 왔으나 최근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1931년 개성의 외곽 지역인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서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비교적 늦은 나이인 40세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전쟁과 분단 등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며 청춘을 보낸 고인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자신의 깊은 상처를 되새기며 독자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글을 써 왔다.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한 그는 평생 시대의 아픔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그렸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드러내며, 때로는 자본주의가 만든 황폐한 인간성을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던 고인은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 왔다.

 장편소설로는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다.

 또 소설집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을 냈으며 ‘나 어릴 적에’,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부숭이의 땅힘’, ‘보시니 참 좋았다’ 등의 동화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감싸는 수필집도 여러 권 출간했다.

 ‘세 가지 소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살아 있는 날의 소망’,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어른노릇 사람노릇’, ‘두부’, ‘호미’ 등이 있으며 지난해 7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내기도 했다.

 한국문학작가상·이상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만해문학상·인촌상·황순원문학상·호암예술상 등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93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며, 2004년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됐다.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그는 2006년 문화예술계 인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유족은 장녀 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 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 ☎02-3410-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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