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잘 되든, 그렇지 않든 오전 4시부터 방앗간 기계 돌리고 팥 찌는 일로 내 또 하루가 시작이야.”
한파가 몇 주간 지속되고 있는 요즘 구경하기도 힘든 선풍기가 세차게 돌아가는 곳이 있다. 인천시 중구 신포시장에서 20년간 떡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장용식(60·인천시 중구 신흥동)씨의 서울떡집에는 선풍기가 방금 솥에서 쪄 낸 팥고물과 콩고물을 재빠르게 식히고 있었다.

가게 앞 가판대에는 구정을 맞아 찾아온 가족들에게 대접할 가래떡을 사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분주한 모습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가래떡 대량 주문받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다.

장 씨는 “손님들 대부분이 가래떡 반 관에서 한 관 정도만 구입한다”며 “명절 때 떡집이 분주한 것도 다 옛날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누가 시장에 떡 주문하나. 가까운 슈퍼에만 가도 공장에서 납품하는 떡들이 수북한데 말이야.”
시장 떡집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떡 체인점과 대형 공장들 때문에 골치를 썩는 분위기다.

장 씨는 “길거리에 떡 체인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사람들이 방앗간에 떡 사러 올 필요가 없다”며 “다만, 직접 만든 떡과 공장에서 받아 판매하는 떡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떡을 구입하면 ‘덤’은 물론, 방금 쩌 내 맛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관심이 소량을 보기 좋게 포장한 체인점 떡 기획 상품에 쏠리고 있지만 장 씨는 자신이 만든 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장 씨는 평창에서 직접 농사 지은 팥·콩·서리태 등을 공수한다. 떡의 맛을 좌우하는 재료를 직접 재배해 사용하니 그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떡 가격 경쟁력을 맞추다 보면 수입산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지만 ‘20년 단골손님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신념으로 국산 재료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비록 사서 고생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팥 한 가마에 60만 원을 호가하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아쉬워 하는 점은 떡이 과거와 달리 ‘찬밥신세’를 받고 있다는 것.
그는 “잔치에 떡이 빠지면 그건 제대로 된 잔치가 아니었지”라며 “지금은 잔칫상 한편에 몇 조각 올라오는 게 전부야. 말 그대로 후식인거지”라고 아쉬워했다.

장 씨는 강원도 평창에서의 귀농생활을 벌써 10년째 준비 중이다. 그간 팥·콩을 재배하면서 짬짬이 배운 농사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그는 “방앗간 생활을 오래 했는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힘든 것도 사실이다”라며 “강원도에서 사과나무 기르고 머루 재배하는 날이 조만간 오겠지”라며 또 다른 인생을 구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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