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꼬치·동태전을 해야죠.” “설날에 한복을 입으려면 세탁소에 맡겨야 해요.” “할아버지 성묘 가야죠.” “영화보고 볼링 치러 갈거예요.”
설 명절을 앞두고 인천시 서구 검암동에 위치한 빌라 한 가정에서 명절 준비가 한창이다. 이곳은 4명의 여성 지적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자립생활체험홈’이다.

자립생활체험홈(이하 체험홈)은 장애인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에서 지역사회 이주를 희망하는 장애인들에게 일상 생활 및 다양한 사회활동 등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다.

이날 가족회의는 체험홈 직원인 전소연(32·여)사회복지사와 4명의 장애인들이 설 명절을 어떻게 보낼지 회의 중이다.

체험홈의 가족 중 제일 나이가 많은 박성숙(48)씨는 이곳의 가장으로 명절에 먹을 음식 준비를, 둘째 박혜원(47)씨는 설날에 입을 한복이 걱정되는지 세탁을 얘기했다. 셋째 정순선(47)씨는 영화와 볼링 등 여가활동과 막내 조수정(42)씨는 돌아가신 이사장인 할아버지 성묘를 계획했다. 여느 비장애인 가정과 다른 점이 없는 오붓한 모습들로 다가올 설 명절을 설레어 하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회의에서 직원 전 씨의 역할은 설 명절에 대한 정보와 이들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소한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명절 때는 으레 장애인들은 쓸쓸히 지내고 위문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현상에서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직원인 전 씨는 고향에 돌아가는 귀향객의 모습과 할아버지 성묘를 준비하는 막내 조 씨의 모습은 장애라는 단어만 다를 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같다고 말한다. 또 장애인들이 복지시설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이 이곳 체험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가활동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경제활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한다.

직원 전 씨는 “장애인이라고 모두 취약한 계층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사회현상이다”라며 “그들에게 맞는 환경의 변화만 있으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들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역사회 주민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온정의 손길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인식들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