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범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6일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민간인과 관이 참여해 지난 2000년 출범한지 꼭 1년11개월만이다. 지난 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가 일제잔재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의문사진상규명위는 군사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주검의 진실을 밝히고 구겨진 현대사의 청산을 목표로 했다. 그동안 2천회가 넘는 출장조사를 통해 73년 간첩혐의로 중정에서 조사를 받다 숨진 서울대 최종길 교수가 연루된 것으로 발표됐던 `유럽간첩단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을 비롯 97년 숨진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씨 사건, 84년 허원근 일병 사망 조작사건 등 진상을 파헤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도예종 등 23명이 인혁당 재건위를 결성, 북한의 지령을 받아 당시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해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는 소위 `인혁당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조작이었다고 공식 발표해 `사법 살인'임을 밝혔다. 당시 구속 기소된 23명중 8명이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대법원의 상고가 기각된지 20시간만에 형이 집행된 세계적 유례가 없는 사법살인이자 정권차원의 증거인멸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억울한 죽음의 진실들이 묻혀 있는 마당에 의문사 진상규명위의 활동이 끝난다면 훗날 역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역사 의식에 대해 어떻게 평을 내릴지 두렵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연장하려는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나 몰라라 하는 용기없는 선인으로 남기보다 역사의 이름으로 상세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반세기전 반민특위의 빛 바랜 성과들이 다시 되살아 날 수 있으며 민족의 정기도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위정자와 그 밑에 빌붙는 주구들의 말로가 어떤지를 역사 앞에 꼭 보여줘야 한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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