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테크노파크, ‘흥망성쇠’를 논하다.

송도테크노파크(이하 송도TP)는 인천 지역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땀방울을 모아 ‘세계 최대의 지식산업단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지난 1997년 12월 첫삽을 떴다.

   
 

IMF 한파의 냉엄함 속에서 지식산업의 꽃을 피우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던 젊은 연구원들은 송도TP에 대한 정부의 ‘산업기술단지 설립’이 허가될 때 말 없이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시작한 산업기술단지는 2007년 R&BD 클러스터 착공을 시작으로 이른바 송도사이언스빌리지 스트리트 몰 기공식을 치러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외형이 살찌워진 사이 송도TP는 안으로 곪아가는 아픔을 겪고 있었다.
140여 개에 이르는 업체와 17개 공공기관에서 3천여 명이 쏟아내는 2조 원이 넘는 매출 성과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내부 구성원들 간 흐르고 있던 알 수 없는 이질감은 서로 편을 가르는 혼란으로 이어졌고, 일부 직원의 해임에 ‘정치적인 외압이 작용했다’는 풍문이 나돌면서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거듭했다.

심지어 송도TP의 최고책임자인 원장에 대한 사정기관의 질타와 내부 인사의 폭로가 빗발치면서 지역사회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송도TP에 대한 조직 쇄신 요청은 인천시 행정감사, 감사원 감사, 검경의 수사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원장의 사퇴로 종결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 초심으로 돌아가는 송도TP
22일 취임식을 치른 이윤(52)제7대 송도TP 원장은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근 일주일간 겪어 본 송도TP에 대한 감회를 정리했다.

“업무보고를 받고 나니 조금씩 드러나는 우리 조직의 ‘엄중한 현실’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냉엄하게 보자면 감사를 통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우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입각해서 조직의 현실을 파악하고, 이후 도출된 현안을 해결하는 절차를 진행할까 합니다.”
송도TP의 쇄신 과제로는 내부 구성원의 단결이 첫손에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조직의 문제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 의견이 충돌되는 모습이 일반에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에 대해 이 원장은 ‘소통’을 최선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짧은 시간 안에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고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상하관계에 있어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는 듯했고, 직원 서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세파에 시달리다보니 직원들 대부분 신경이 예민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제가 원장으로 있는 한 우리 조직을 ‘유쾌한 조직’으로 바꿔 보는 것입니다. 원장과 직원이 스스럼 없이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만들고, 부서별 면담은 물론 직원 일대일 면담도 실시해 직원의 작은 말에도 귀 기울이는 원장이 되겠습니다. 물론 현재 구성돼 있는 각종 동호회 활동도 최대한 지원해 제가 한 번씩은 동호회에 함께 동참하는 열의도 보이겠습니다.”

# 지식경제부+인천시+송도TP
송도TP는 정부와 인천시가 함께 만들어 가는 조직이다. 당연직 이사장은 인천시장이 맡고 있으며, 각종 사업 역시 인천시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송도사이언스빌리지를 비롯해 기업 기술개발 지원, 시험생산 지원, 기술이전·사업화 지원, 자동차부품산업 지원, 산업·기술전략 기획 등 주요 현안 모두 3개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물론 지역 기반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인천시와 좀 더 밀접하게 업무를 벌이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도TP는 으레 인천시와 정부의 정책 변화에 시각을 맞춰야 할 때가 다반사다. 이런 탓인지 올해의 경우 재정난으로 긴축행정을 펴고 있는 인천시의 사업 방침에 따라 40억 원의 사업예산이 모두 삭감되는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곳간이 비다보니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 역시 타격을 받기 일쑤다. 대부분 50대 50 매칭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사업 성격상 여유 자금이 없는 송도TP로서는 기관의 존립이 흔들릴 정도로 최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어려움에 ‘정면 승부’로 맞서고 있다.

“송도TP의 경우 여타의 기술집적단지와는 달리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항해선의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 산업단지 내에 조성돼 입주기업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송도TP는 당시는 허허벌판이었던 송도국제도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는 비판도 있지만 현재까지 이뤄 낸 성과를 감안해 본다면 신기원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송도TP의 저력을 믿기에 돌아가기보다 정면 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 송도TP, ‘한국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이 원장은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인천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자로서의 위치뿐 아니라 지역경제에 대한 혜안을 고민하고자 적을 뒀던 수많은 경제자문에 집중하다 보니 여느 아버지가 그렇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아빠’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원장직 수행으로 이 원장은 막내딸에겐 더 큰 죄인이 돼 버렸다.

“제 자리가 생각보다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물론, 그 동안 열의를 다해 가르쳤던 제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송도TP를 제대로 일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 자신한다.

그 중 ‘중국 기업 송도TP 유치’를 첫 번째 선결과제로 공개하며 의지를 내보였다.

“송도국제도시 어디를 찾아봐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향후 전개될 대한민국의 대중국 무역에서 우리 송도TP가 중국 기업들의 한국 비즈니스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챙겨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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